포스코이앤씨, 이달에 4명 사망

안전대책 강화 발표한지 두 달만에 사망사고 속출
공격적인 영업에 실적 개선됐지만 안전관리 도마
김두윤 기자 2024-08-20 16:48:14
포스코이앤씨에서 8월에만 4명의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고용노동부와 수사기관의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포스코이앤씨 송도 사옥 전경. 포스코이앤씨 제

포스코이앤씨의 안전관리 역량이 도마에 올랐다. 이 달에만 벌써 4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포스코이앤씨가 수익성 만회를 위해 올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상황에서 근로자 생명을 담보할 안전관리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대재해법 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건설업계와 포스코이앤씨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포스코이앤씨가 재개발 공사를 하고 있는 경기도 분당 느티마을 3단지 공사 현장에서는 40대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현재 경찰이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전인 지난 17일에는 하루 동안 두 명의 근로자가 숨졌다. 인천 송도 B3블럭 공사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심근경색으로, B5블럭에서는 60대 근로자가 대동맥파열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에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 더 샵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20대 근로자가 감전으로 사망했다. 이 근로자는 관리 수칙과 다르게 콘크리트 타설 장비를 수동으로 조작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월 22일 서초구 잠원동 재건축 현장에서 일어난 50대 근로자 사망사고까지 더하면 올해만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사망사고는 포스코이앤씨가 안전관리 강화책을 발표한 이후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6월 '혹서기 비상대응반' 구성 등 안전대책 강화를 대대적으로 알린 바 있다. 당시 전 사장 등 경영진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꼼꼼히 챙겼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여만에 4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최근 안전강화 대책이 사실상 '헛구호'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건설업계에선 포스코이앤씨의 공격적인 영업에서 '뒷탈'이 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매출액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뒷검을질을 쳤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7위로 급강하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이 최대 경영 현안으로 떠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공격적인 영업 기조를 이어가며 수주 잔고를 빠르게 쌓고 있다. 지난 6월까지 따낸 신규 수주는 노량진1구역 재개발 등 6건, 모두 3조5525억원 규모로, 벌써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77%에 달한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각각 5.5%, 32.4%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주 실적 증가와 함께 근로자 사망사고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전 사장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몰라도 '안전관리'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포스코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에는 사망사고가 없었다. 2023년에도 1건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벌써 6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 안밖에선 터질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전 사장은 40년 가까이 포스코그룹에 몸담은 재무통으로, 각종 의혹 아래 중도하차한 최정우 전 회장 체제에서 2인자로 불린 바 있다. 최근 회장 선임과정에서는 장인화 현 회장과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건설 분야에 대한 경험이 없었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난 3월 그가 사장에 오르면서 내부 일각에서 우려가 나온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포스코그룹의 한 관계자는 “취임 당시부터 (전 사장에 대해)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것이라는 내부 우려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건설은 제조업과 다르다. 업황 대처 뿐만 아니라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는 안전 문제가 실적을 좌우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전 사장은 포스코홀딩스 재임 당시 외국 ‘호화 이사회 출장’ 의혹 건으로 최정우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함께 시민단체에 고발당한 상태다.

포스코그룹의 한 관계자는 "사건별로 경찰의 조사가 진행중이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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