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회장 두 번 사과했지만 은폐의혹에 책임론 갈수록 확산
‘확실한 주인 없는’ 민영화에 관치 휘둘리고 내부통제부실 구태 재현
김두윤 기자2024-08-29 16:28:51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두 번째 고개를 숙였다. '금융사고의 종합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검찰 사정 바람까지 매섭게 불어닥친 탓이다. 정치권에서도 올해 국정감사 소환 1호로 임 회장을 꼽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잦은 사고에도 오히려 내부통제로 도둑을 잡아냈다며 자평해온 우리금융의 인식과 은폐의혹이 자정노력에 대한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해외출장으로 국감 소환을 피해갔지만 올해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 회장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긴급 임원 회의를 열고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에 대해 "국민과 고객에 큰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를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따르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12일에도 금감원와 검찰의 조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며 "전적으로 저를 포함한 경영진의 피할 수 없는 책임"이라고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이는 임 회장을 향한 책임론이 비등하고 있다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한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가을쯤 임종룡 회장, 조병규 행장이 손태승 전 회장의 대규모 부당대출에 대해 보고 받은 정황을 확인했다”며 “법상 보고를 제때 안 한 부분은 명확하게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이 사건을 인지하고도 제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은행법 34조3항에 따르면 은행들이 횡령·배임 등 금융범죄와 관련한 금융사고를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만약 부당대출 관련 사문서 위조와 손 회장과의 관련성을 인지했음에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면 임 회장과 조병규 행장에 대한 제재가 가능하다. 검찰도 이들의 고의 은폐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정치권도 임 회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지난해 3월 임 회장 취임 이후 1년 3개월 만에 횡령 등 금융사고가 9건, 사고금액은 142억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임종룡 회장의 내부통제 관리 등 경영능력 부족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기재부 관료로 차관에다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해 관치금융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와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 부실 문제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우리금융 수장으로 온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임 회장의 자질이 없다고 직격한 셈이다.
무엇보다 말단 직원부터 경영 수뇌부까지 비리 연루돼 국민 여론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횡령 등 이슈가 올해 국감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질 공산이 크다"며 "특히 최근 사건으로 내부통제 문제와 관련해선 우리금융을 중심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모피아’ 관치 낙하산 논란에 특정 대학 출신 인사 선임으로 '제식구챙기기 논란'을 야기했던 '임종룡 우리금융호'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금융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행태는 관치금융에 휘둘리고 내부통제 부실로 비판받았던 민영화 이전의 구태와 판박이"라며 "확실한 주인이 없는 무늬만 민영화를 그 원인중 하나로 꼽을 수 있고, 이런 과점주주 민영화를 주도한 인물이 바로 임 회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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