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커피의 모든 것 한 눈에 조망

과학적 근거, 신뢰할 출처 통해 기원부터 미래까지 조명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커피 이야기 풀어내 쉬우면서 명쾌 
커피 성장 무수한 에피소드로 엮어 있는 파란만장한 커피사
신진호 기자 2024-10-14 08:05:35
파란만장한 커피사/박영순 지음, 유사랑 그림/이글루

대한민국은 가히 커피 공화국이다. 수입액과 물량이 매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관세청 통계를 보면 명확해 진다. 생두와 로스팅한 원두 수입액은 2022년말 13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42.4%(9억2000만달러) 늘어났다. 수입량도 20세 이상 성인이 하루 한 잔(10g 기준)씩 마실 수 있는 20만톤으로 전년에 비해 9.5% 늘었다. 커피전문점수도 10만729개로 2021년 (9만6437개)보다 4292개(4.5%) 늘어 10만개를 돌파했다.

커피가 일상화되는 것과 비례해 커피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정보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영순의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커피를 탐구하려는 이들에게 청량제다. 과학적 근거와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통해 커피의 기원부터 미래까지 조명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커피 테이스터와 플레이버(flavor) 마스터 분야를 개척한데 이어 커피 향미와 인문학을 접목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커피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의를 시작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 등재된 커피 전문가다.

역사·문화적 관점에서 커피에 대해 오래 탐구한 저자의 커피 이야기는 쉬우면서도 명쾌하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란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한국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랑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절로 수긍이 간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인기도 맛으로 풀이할 수 있다. 뜨거운 커피에 비해 한 모금 가득 입안에 담을 수 있어 ‘양적 포만감’이 뛰어나다. 그 덕분에 입안의 점막을 눌러주는 강도가 상대적으로 강해 보디감이 뜨거운 커피보다 되레 묵직하고, 그로 인한 만족감이 크다. 차가움으로 인한 첫인상이 강렬하고 상쾌해 기분 전환에도 더욱 효과적이다. 또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마신 뒤 20~30분이 지나야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 공백 기간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청량감으로 메워준다. 마시는 즉시 깨어나는 듯한 물리적 자극을 준다는 점도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가 ‘아아’를 이겨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p.59~61)

『파란만장한 커피사』는 커피에 얽혀 있는 상식을 넓혀준다. 커피 브레이크(Coffee break) 또는 커피 타임(Coffee time)이 1800년대 미국 위스콘신주 스토턴(Stoughton) 공장지대의 일손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하루에 두 차례 집안일을 할 수 있는 일정 시간을 보장해주면서 시작됐다는 것, 미국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 배우인 톰 행크스(Tom Hanks)가 퇴역 군인을 돕기 위해 ‘행스 포 아워 트룹스(Hank For Our Troops)’라는 커피 회사를 세운 일, 하와이안 코나 엑스트라 팬시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넘버원, 예멘 모카 마타리가 세계 3대 명품 커피는 일본의 상술이라는 점 등을 소상히 알려준다.

또한 저자는 왜 제철 커피를 마셔야 하는지, 커피 향미를 결정하는 요인은 바리스타의 화려한 손동작이 아닌 생두 70%, 로스팅 20%, 추출 방식 10%라며 커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생두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커피의 효용성만을 강조하지 않고, ‘두 얼굴의 커피’를 상세히 알려준다.

여러 연구에서 커피는 인지 기능, 항산화 효과, 사망률 감소, 심혈관 질환, 당뇨병, 간질환, 일부 암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면서도 후두암, 유산, 의존 증상, 금단 증상 등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한다. 아울러 커피와 질병의 상관관계에서 U자 곡선을 그리기 때문에 커피를 섭취할수록 좋다는 생각도 피해야 한다. ‘U자 모양의 결과치’는 커피 섭취량이 증가함에 따라 질병 위험이 감소하다가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다시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를 적당히 마시는 것이 질병 예방에 효과적이지만, 너무 많이 마시면 오히려 해로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p.334)

6세기 전쟁 또는 무역을 통해 에티오피아에서 예멘에 전해진 커피는 1000년간 아라비아반도에 갇혀 있다 바바 부단에 이어 네덜란드를 통해 전 세계로 퍼졌다. 처음에는 이슬람의 사랑을 받지만 이내 유럽 지성인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인기가 치솟았다. 그러나 커피의 역사는 환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커피 음용을 금지당하고 심지어 커피를 마신 사람은 목숨을 잃기도 하는 등 여러 차례 박해를 받으면서 이제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기호식품, 아니 커피로 성장한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22억잔이 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 책에는 커피의 성장사가 무수한 에피소드로 엮어 있다.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드라마틱하다. 그러니 커피사(史)는 한마디로 ‘파란만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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