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부와 권력 독점, 경제 성장·번영 저해한다
2025-02-24
중국은 그동안 반도체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이른바 ‘반도체 굴기(崛起)’를 추진해 왔다. 2014년 발표된 '국가집적회로산업발전추요강'을 시작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으며, 이후 수조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자해 설비 구축, 기술 개발, 인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는 7nm 공정 개발에 성공하며 고급 공정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했고, YMTC는 3D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 한국 업체들과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중국이 중저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이미 한국을 추월했으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기술력이 한국과 대등하거나 일부에서는 앞서 있다고 평가한다. 또한 중국은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이라는 내수 시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생산 역량을 키우고 있는데,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확보의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고급 공정 기술과 설비 수출을 제한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ASML의 첨단 장비의 수출 금지는 중국의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을 저해한다. 또한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현재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중국 반도체 산업의 한계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야심찬 전략으로 시작되었지만, 미국의 강력한 견제에 막혀 자력갱생을 강요받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체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반도체 자립화를 목표로 추가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외부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놓이며 피해를 보고 있다. 미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사이, 중국의 빠른 추격을 허용하며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은 이미 일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가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비해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러한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중국에 추월당하지 않으려면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자원이라는 측면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전략적 투자를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하고,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AI 반도체와 같은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핵심 인력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기업과 학계는 기술 혁신과 R&D 투자 확대를 통해 기초·원천 연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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