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알리바바의 AI 칩 개발, 中반도체 자립 신호탄 될까
2025-09-08
그러나 지금 뿌리산업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인력난과 고령화, 낮은 수익성, 기술 전환 지체라는 4중고가 지속되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청년 인력 유입이 급감하고 생산기반을 지탱하는 숙련기술이 단절될 위기에 놓여 있다. 기술 혁신의 속도가 늦어지면서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뿌리산업 진흥 실행계획’은 이러한 문제의식 위에서 마련된 것이다. 6846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인력 확보, 기술 혁신, 산업 생태계 강화를 지원하겠다는 청사진은 뿌리산업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관계당국과 국책은행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특히 기업은행은 지난 60여 년간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온 은행으로, 제조업 현장에서 뿌리기업들과 가장 가까이 호흡해온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기업은행은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든든한 파트너로서 더 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첫째, 청년 인력 채용과 가업 승계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청년 채용 기업에 금융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고령화된 현장의 숙련기술이 단절되지 않도록 가업승계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기술 혁신과 친환경 전환 투자를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설비, 친환경 공정 전환에 필요한 중·장기 자금을 제공하고, 정부의 보조금 사업과 연계한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상생 금융을 확대해야 한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거래 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한 밸류체인 금융, ESG 기반 친환경 금융, 지역별 특화 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뿌리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뿌리산업은 더 이상 '낡은 산업'이 아니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받아야 할 국가 전략산업이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뿌리산업을 단순히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청년 인재가 몰리고, 기술 혁신이 활발히 일어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금융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
“뿌리가 튼튼해야 줄기가 곧게 뻗고, 열매가 풍성하다”는 말처럼, 뿌리산업이 튼튼해야 대한민국 제조업도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기업은행이 바로 그 길의 맨 앞에서,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는 든든한 금융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양춘근 전 IBK기업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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