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세대주라는 조건이 이상하다. 결국 독립을 해서 세대주가 되거나, 부모와 같이 살아도 본인이 세대주라야 한다는 의미다. 부모님이 세대주로 있으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전화를 해서 신청요건을 물어보니 본인의 이름으로 세대주를 변경해야 신청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왜 이런 자격 조건을 만들었는지…"
"독립해줄 정도의 집안을 더 도와주는 게 복지인가? 몇 프로 청년들이 자기 돈으로 독립한다고? 부모님들 돈으로 하는 거 아닌가?"
"너무 제한적이다. 현재 청년층은 취업시장 뚫고 들어가도 내 집 장만은 꿈인 게 현실이다"
"지금 나이 36살인데 집도 없고 전세 전전한다. 30~40대가 제일 힘들 때인데 모든 정책에서 다 빠지는구나"
SNS상에서 젊은 누리꾼들이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들이다. 빅터뉴스(BDN: BigDataNews)가 소셜메트릭스를 통해 국토교통부의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책' 발표 전날인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6일까지 54일간 '청년 우대형 청약 통장' 버즈량을 살펴봤다.
그래픽=조현준 디자이너. |
조사 결과 청년 우대형 통장 가입 요건이 까다로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청년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버즈량이 71.1%에 달했다. 조사 기간 전체 버즈량은 1만7502건 발생했다. 채널별로는 트위터가 1만5533건(88.7%)으로 가장 높았고, 커뮤니티 1109건(6.3%), 블로그 359건(2.1%), 뉴스 254건(1.5%), 인스타그램 247건(1.4%) 순이었다.
가장 높은 버즈량을 차지한 트위터에서 "기존 청약통장들보다 이율이 두배 이상이고, 기존 가입기간도 인정된다니까 해당하는 분들은 꼭 이동하세요"라는 글은 1만2436건 리트윗됐고, 이 글에는 "30대 이상은 왜 안되느냐"는 답글이 주를 이뤘다.
요즘 청년들은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뚫고 들어가도 내 집 장만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한다. 청년들이 월급을 모아서 살 수 있는 정도의 집 값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신혼부부·청년 주거지원책' 일환으로 저소득 청년이 임대보증금이나 내 집 마련 종잣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을 내놨다. 하지만 저소득 청년들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31일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이 출시되면서 관련 기사에는 "까다로운 가입조건", "특정 계층에게 국한된 혜택" 등 부정적인 댓글이 주로 달렸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연소득 3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 등 세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입요건 불만 중 나이를 늘려 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 출시일과 혜택을 안내하는 기사에는 "29세 이하인 나이에 독립세대주가 몇이나 있을까", "미혼인 30대를 청년으로 해주면 안 되나? 월세 내는 게 벅차다", "30~40대가 제일 힘들 때인데 모든 정책에서 다 빠지는구나", "100세 시대에 30대는 청년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무주택 세대주 조건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결국 독립해서 세대주가 되라는 소리인데, 청년이 무슨 돈이 있어서 독립을 할까? 부모와 같이 살거나 아니면 돈 있는 부모가 보증금 마련해 독립시켜줬겠지. 어쨌든 돈이 있어야 뭘 해보겠구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만 19~29세 청년은 총 710만여 명이고, 이 중 세대주는 전체의 20%(143만여 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금융기관이 실시한 '청년·대학생 금융실태조사'에서도 22.9% 만이 부모와 독립적으로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고소득이 있으면서도 연 3000만원을 넘지 않는 무주택자 요건까지 충족하려면 가입 대상은 더욱 줄어든다.
소득 기준도 문제다. 직전 연도에 신고한 소득이 연 3000만원을 넘어서도 안 되지만 소득이 아예 없는 경우도 가입할 수 없다. 신고소득이 없는 일반 대학생은 가입 기준 미달인 셈이다. 졸업 후 취직을 못하고 있는 청년 실업자들도 가입이 안된다. 세대주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 전·월세로 살면서 전입신고를 통해 세대 분리를 마친 20대만 가입이 가능한 구조다.
지난 1일 트위터에 까다로운 조건을 언급한 청년우대 청약통장 전화 상담 후기 트윗이 대량 리트윗되고, 부정적인 댓글이 잇따라 달렸다. "말만 청년우대", "비현실적인 조건", "기존 청약통장을 청년 우대로 전환하면 작년에 소득공제 받은 거 토해 내야한다. 아니 그러면 전환이라는 의미가 없지 않나?" 등의 댓글이 대표적이다.
그래픽=조현준 디자이너. |
청년 우대 청약통장 관련 연관어는 ▲1위 가입 ▲2위 통장 ▲3위 주택 ▲4위 기존 ▲5위 이율 ▲6위 청년대상 ▲7위 월말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6일 '가입', '통장', '청년대상' 등 본 상품 출시를 알리는 트윗이 압도적인 수치로 리트윗되며, 이 트윗에 언급된 연관어가 상위를 차지했다. 연관어 추이를 기간별로 살펴보면 상품이 출시된 후인 8월 1주차부터는 주로 구체적인 가입조건과 관련된 ▲은행 ▲세대주 ▲체크카드 ▲부모님 ▲연봉 등의 연관어들이 상위에 등장했다.
그래픽=조현준 디자이너. |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에 대한 감성추이는 긍정감성이 36.2%, 부정이 21.7%, 중립이 42.1%로 부정보다 긍정감성이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긍정적인 내용은 없었다. 긍정감성어로 ▲좋은 ▲좋다 ▲신나다 ▲혜택 받다 ▲인정받다 등이 나왔으나, 이 감성어들은 대부분 청년 우대 혜택이 있다고 좋아했다가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 결국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희망고문' 등의 표현과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신나다'의 경우 "청년우대 청약통장 신나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가입조건에 소득제한 있다"라는 트윗과 관련이 있었다. '혜택 받다'는 "소득이 있어야 혜택을 본다는 거. 난 백수인데 그래도 2021년까지 가입 가능하다니까 그때면 어디로든 취업한 상태일 거니까 혜택받을 수 있겠지"라는 블로거 작성 글과 관련이 있었다.
부정감성어로는 ▲가난하다 ▲어렵다 ▲까다롭다 ▲아깝다 등이 나타났다. '가난하다'는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 이야기인데요. 가난한 청년을 위한 청년 우대 청약통장을 가난해서 신청 못하고 있어요. 가난한 게 서러워요"라는 글과 관련이 있었다.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집이 가난해서 정규직 따질 겨를 없이 계약직 전전하다 나이가 30대 중반이 됐다. 아직 월세이고 연 2600만원 번다. 나는 그냥 가난한 사람이다. 아마 미래도 그럴 거 같다. 하지만 연령제한이 있는 지금의 지원제도로 난 60대가 되어야 무슨 제도든 지원자격이 될 거 같다. 그때까지 내가 무너지지 않고 견딜 수 있을지 나조차도 예상하기 힘들다"라는 한숨 섞인 푸념의 글을 올렸다. '까다롭다'의 경우 "청년우대 청약통장 만들려고 했는데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라는 글에서 언급됐다.
데이터 분석 정학용 연구원/분석보고서 문의(xiu04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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