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있는 25억7000만원 상당의 건물을 지난해 7월초 매입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날 공고된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김 대변인은 해당 건물을 매입하고 10억200만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받았고, 3억6천만원의 사인간 채무도 발생했다. 소유한 흑석동 건물의 임대보증금은 2억6500만원으로 신고됐다. 가족 명의까지 포함한 김 대변인의 예금총액은 2억3천여만원이었다.
빅터뉴스 워드미터가 집계한 결과 이날 김 대변인의 건물 매입 사실 관련 보도에 달린 댓글의 키워드 1순위는 ‘투기’였다. 관련 보도에는 4400여개 댓글이 달렸고 '화나요'는 8600개가 넘었다. 28일 포털 네이버에는 실시간 검색어순위 4위로 '김의겸'이 올랐다.
◇ "일반 국민이었다면 10억 대출 됐겠나" "세금 이용한 투기"
이 사안을 보는 누리꾼들의 시선은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된다. ▲ 10억까지 대출을 받은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 ▲ 확실한 정보 없이 투자하기가 쉽지 않은 금액이다. ▲ 청와대 관사가 사실상 투기에 이용됐다. ▲ 결국 청와대 요직을 맡은 인사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고 나선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비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먼저 김 대변인의 이런 투자행위는 규제 때문에 부동산 구입이 쉽지 않은 일반인의 현실과 상반된다는 데 댓글 여론이 모아진다. 자금이 부족한 사람은 대출 규제 때문에 집을 구입하기가 어렵고, 자금이 있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의 추세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일반인들은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반면 김 대변인은 10억 규모의 돈을 금융권인 국민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또 25억 규모의 자금을 한 곳에 투자했는데 이것 역시 일반인들은 선뜻 나서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누리꾼들은 확실한 정보 없이 그 정도 금액을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이 건물 등기부등본에 김 대변인이 건물의 소유자로 오른 날짜는 지난해 7월 2일자다. 매매계약은 그 전에 성사됐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를 "통째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날이 바로 8일 후인 7월 10일이었다. 이 발표 후 서울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결국 한달 보름 뒤인 8월 26일 박 시장이 여의도 용산 재개발 추진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고, 다음날 국토교통부가 동작구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기에 이른다. 누리꾼들이 매매 시점이 '절묘'하다며, 사전정보 입수 의혹을 제기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또 김 대변인이 청와대 관사에 거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예전 집 전세금 빼서 흑석동 건물 샀네"라며 결국 세금으로 투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사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거나 지방에 거주하는 직원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김 대변인은 모든 가족들을 데리고 관사에 입주했으며, 그런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라는 사실도 29일 알려졌다. 이것은 김 대변인이 거액의 투자를 미리 염두에 뒀던 것이라는 의혹의 근거가 된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카페 등에는 "이 분도 사람인데, 한몫 잡아보자는 심정이 이해는 된다"라는 온정론도 있었다. 관련 뉴스에는 "집 한 채 갖겠다는데 비난이 지나치다"라며 김 대변인을 비호하는 댓글도 발견됐다.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뉴스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나도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좀 찍어줘라"라는 비아냥과 "정보를 가지고 산 게 분명하다"라는 의혹, 그리고 "썩은 내가 진동한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원색적 비난으로 가득했다.
김 대변인은 "투기와 시세차익을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저는 그 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시세차익은 이미 집이 있는데 또 사거나, 아니면 차익을 노리고 되파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28일 브리핑을 통해 설명했다. 29일에는 휴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일관되게 부동산 시장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왔다. "대출규제 때문에 일반인은 집 한 채도 사기 힘든데"라는 시선 속에, 청와대 핵심인사가 거액 대출을 받아 재개발 지역의 건물을 사들인 것에 대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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