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후 10일 금호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안에 누리꾼들은 "꼼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세금 5천억이 박 회장 쌈짓돈인가. 절대 주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누리꾼들은 경영실적은 물론 이른바 '갑질' 행태에서도 고(故) 조양호 회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박 전 회장을 질타하고 있었다.
금호의 자구안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박 전 회장 부인과 딸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13만3900주(4.8%)를 채권단에 추가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42.7%도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과 아들의 지분은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으로 잡혀 있는 상태로, 채권단이 담보를 먼저 해지해주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금호그룹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금호고속 지분을 박 전 회장 일가가 모두 내놓는 것이라고 했으나, 사실상 추가로 내놓은 담보는 지분 13만3900주의 평가액인 150여억원이 전부다. 금호 측은 이 자구계획 이행기간으로 3년을 제시하며 산업은행에 5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 자구계획이 결국 150억원을 담보로 국민세금 5000억원을 빌려달라는 격이라며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누리꾼은 관련 기사에 "담보로 잡혀 있는 주식을 또 담보로 준다는 것은, 전세 놓은 집을 다른 세입자에게 또 전세를 준다는 얘기"라고 댓글을 달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천만원짜리 차를 담보로 잡고 2억5천 빌려달라는 소리다. 차는 계속 가치가 하락할테고. 그런데도 빌려준다면 특혜"라고 했다.
같은 항공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와 여론의 태도와 비교하며,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항공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시각도 보였다. "운영 잘 하고 있는 대한항공은 강제로 회장 물러나게 하더니, 경영이 엉망인 그룹의 회장을 언제까지 봐 줄 건가", "갑질문제만 하더라도 금호는 하청업체 사람이 자살까지 했다. 대한항공은 사람 죽은 일은 없었다. 사람들 말대로 특정 지역 기업이라서 감싸주는 건지 궁금하다" 등의 댓글이 그랬다. 또 "조 회장의 횡령 문제를 걸면 아시아나의 회계조작사건이 훨씬 더 큰 범죄인데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때 국내 1위 타이어 회사였던 금호타이어가 지난해 4월 중국 기업인 더블스타에게 매각된 것을 들어 "아시아나는 중국에 팔면 안 된다"는 주장도 보였다. 타이어와 항공기 개발 모두 국가안보와 직결돼 있어 관련 기술 유출을 염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11일 산업은행을 포함해 제1금융권 아홉 개 은행으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전날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내놓은 자구안에 대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자구안에는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빠져 있다는 판단이다. 채권단은 "금호 측이 요청한 5천억원을 지원하더라도 시장조달의 불확실성으로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에 누리꾼들은 "5천억원에 회생될 기업이 아니다", "당연한 결정" 등 환영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 누리꾼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수 조원에 달한다며 "금호 계열사를 대부분 팔아도 아시아나의 부채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금이라도 재정이 좋은 국내 기업에 아시아나를 매각하는 게 맞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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