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 제도 따랐지만 국민들과 청년들에 상처 줘 송구” "고통스럽지만 짐 내려놓을 수 없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마침내 국민들 앞에 머리를 숙였다.
조 후보자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개혁주의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음을 겸허히 고백한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존재했던 법과 제도를 따랐다고 하더라도 그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많은 국민들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말았다”며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기존 법제도를 따른 것이 기득권 유지로 이어지는 점을 간과해 참으로 송구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가족펀드’ 의혹이 제기된 사모펀드 투자액 10억원을 공익법인에 기부하고 일가가 운영한 웅동학원과 관련된 직함과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송구하다”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 등 표현을 써가며 사과의 뜻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의 분노와 박탈감이 집중된 딸 특혜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분위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 후보자는 그러면서도 “개인 조국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심기일전해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할 것”이라 다짐했다. 그는 “저와 제 가족이 고통스럽다고 하여 제가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의혹에 대해 국민 대표 앞에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송구하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개혁 완수’를 위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비난들을 정면 돌파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 ‘조로남불’ ‘조적조’... ‘말 따로 행동 따로’에 국민들 분노
하지만,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부터 ‘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까지 조 후보자 스스로 뱉은 말과 어긋나는 과거에 국민들은 허탈감을 넘어 모욕감마저 느끼고 있다.
2010년에 출간한 <진보집권플랜>에서 “외고는 외국어 특화 고교 또는 해외대학 진학준비 고교로 개편되어야 한다. 대학입시용 외고는 폐지돼야 한다”던 그였지만, 딸 조민씨는 한영외고 졸업 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진학했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는 두 학기만 등록한 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12월 신문 인터뷰에서 “나의 진보적 가치와 아이의 행복이 충돌할 때 결국 아이를 위해 양보하게 되더라”고 했다.
그는 2012년 4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조치를 환영했다. 그러나 그의 딸은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 성적 미달로 2차례 유급됐음에도 6학기 연속 200만원씩 1200만원 장학금 혜택을 받았다. 조 후보자의 신고재산은 56억원이다.
같은 해 트위터에서 “직업적 학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논문 수준은 다르다. 그러나 논문의 기본은 갖추어야 한다”고 했던 조국 후보자의 딸은 2008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십으로 2주간 참여하며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다.
◆ 2014년 안대희 “고액 수임료 사회환원”... 박영선 “국민은 뜬금없고 기분 나쁘다”더니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은 사람의 본성이라는 이도 있지만 누군가의 특권일 수는 없다.
2014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무총리에 지명한 안대희 후보자는 대법관을 마치고 5개월간 변호사로 일할 때 받은 고액의 수임료가 논란이 되자 “재산 중 11억원을 기부하겠다”며 사회 환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고 하면 존경받아야 하고 국민들이 기분 좋아해야 하는데, 느닷없이 11억원을 내놓겠다는 안대희 총리 후보자의 사회 환원에는 오히려 궁금증이 더해지고 뜬금없고 기분 나쁘다는 것이 국민들 반응”이라며 “유니세프에 기부한 3억원이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부랴부랴 기부했다는 의심에 이어 또 화들짝 놀라서 기부하겠다고 하니 결국 전관예우로 벌어들인 돈 총액 14억원을 환원하면서 총리 자리를 얻어 보겠다는 신종 매관매직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사모펀드 10억원을 기부하고 웅동학원을 공익재단에 이전하겠다는 조 후보자를 두고 ‘좌로우불’(좌파가 하면 로맨스 우파가 하면 불륜)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 ‘좌로우불’ ‘내과남고’... 남에게 던진 부메랑은 나에게 돌아온다
정유라는 ‘국정농단’이고 자신의 딸은 ‘당시 제도’였다는 조 후보의 항변을 두고 ‘내과남고’(내가 하면 과실 남이 하면 고의)라는 말도 돈다. ‘선출직은 안 되지만 임명직은 앙가주망(사회참여)’이라던 조국 후보자에게 국민들은 ‘임명직도 안 되겠다’고 한다. 중앙일보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60.2%의 국민이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했다. 남에게 던진 부메랑은 자신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2013년 트위터에서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 개구리, 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 데 힘을 쏟자”고 했다.
개천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혹은 개천에서 났지만 까맣게 잊어버린 용들이 붕어, 개구리, 가재들 삶을 알 턱이 없다. ‘경쟁하지 말고 예쁜 개천 만들자’는 ‘용’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자신이 짊어진 짐이라며 내려놓지 못하겠다고 한다. 심기일전해 ‘개혁’을 완수하겠단다. 국민대표 앞에서 의혹을 밝히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란다.
그러나 국민들은 조국 법무부 장관을 용인하지 않을 태세다. 공정·정의를 내세울 자격이 없고,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이유다. 검찰 개혁 추진에 적임자가 아니고 국정 운영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다는 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 불평등한 기회, 불공정한 과정, 정의롭지 않은 결과... 국민의 ‘역린’(逆鱗) 건드려
서울대 법학교수로 재직할 때 조국 후보자는 “부모 신분에 따라 자녀의 운명도 결정된다”며 “20대 청춘들이 요구사항을 집단적으로 조직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기성세대가 알아듣지도 못하고 법과 제도에 반영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지금 20대 청춘들은 부모 신분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 동년배의 수상한 스펙을 목격하며 분노하고 있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고, 결과는 정의와 멀었다.
지난 정부를 무너뜨린 최순실 정유라 사건에서 보았듯 입시 특혜 부정은 국민의 ‘역린’(逆鱗)이다. 용의 가족이 붕어들 비늘을 제대로 거슬렀다. 개천에서 태어났고 살아갈 개구리, 가재들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그들이 조국 후보자에게 묻고 있다. 이게 최선이냐고.
그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묻고 있다. 조국이 최선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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