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최초로 0%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04.81(2015=100)로 작년 같은 달(104.85) 대비 0.04% 하락했다. 이는 1965년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마이너스(-) 기록이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을 소수점 둘째 자리에서 반올림하므로 공식 물가 상승률은 0.0%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0.8%를 기록한 후 1%를 밑돌다가 지난달 마침내 음(陰)으로 떨어졌다.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p 하락했다.
식품은 1.0%, 식품 이외는 0.1% 하락했고, 전월세포함 생활물가지수는 0.4% 떨어졌다.
지출목적별로 음식·숙박(1.7%), 주택·수도·전기·연료(1.2%), 교육(1.0%) 기타 상품서비스(1.5%)는 상승했고, 오락·문화(-0.2%), 통신(-2.2%), 교통(-1.9%), 식료품·비주류음료(-3.3%)는 하락했다.
품목별 등락상황을 보면 농축수산물은 생강(119.7%), 현미(19.7%), 찹쌀(18.3%) 등은 상승했고, 무(-54.4%), 배추(-42.1%), 수박(-34.3%), 복숭아(-24.4%), 마늘(-20.3%) 등은 하락했다.
공업제품은 침대(12.9%), 우유(6.0%), 빵(4.8%) 등이 오른 반면, 자동차용LPG(-12.0%), 휘발유(-7.7%), 경유(-4.6%) 등 유류는 내렸다.
서비스 부문 중 택시료(15.6%), 시외버스료(13.4%)는 오른 반면, 휴대전화료(-3.5%)와 고등학교 납입금(-3.2%)는 내렸다.
공동주택관리비(5.0%), 구내식당식사비(2.9%)는 상승했고, 학교급식비(-40.9%), 병원검사료(-7.3%) 등은 하락했다.
◆ 정부, 해명자료 내고 “디플레이션 아니다”... “국제유가·농축수산물가격 하락 영향”
한편,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경기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심상치 않은 지ㅏ표이기 때문이다. 디플레이션은 상품과 서비스 분야 전반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으로 소비자들의 수요 감소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디플레이션 현상은 소비 감소와 기업의 투자 축소로 이어져 경기 악화를 가중시킨다.
정부는 <2019. 8월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0.0%에 대한 원인 분석>이라는 별도의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이번 현상은 지속적 물가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최근 국제유가 하락과 유류세 인하 등 정부정책 등 영향으로 물가 흐름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이번 달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지난해 8월 폭염으로 높은 가격상승률을 보인 농축수산물의 기저효과도 있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이두원 물가동향과장은 “지난 8월 전년동월비 하락품목은 전체 460개 품목 중 151개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9개 증가했지만, 대부분이 농출수산물(25→47개)과 석유류 부문(1→5개)에서 하락품목이 크게 증가했다”면서 “따라서 이는 상품 및 서비스 전반의 지속적인 물가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 기재부 1차관, “저물가는 공급측 요인”... 韓銀, “디플레이션 단정하긴 곤란”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도 4일 거시정책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우리나라의 저물가 상황은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통계청의 8월 소비자물가 발표 직후 배포한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보도자료를 통해 “수요 측 물가압력이 약화한 가운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 요인과 정부정책 측면에서 물가 하방압력이 확대된 데 주로 기인한다”며 “디플레이션으로 단정하긴 곤란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공급 측 요인의 기저효과가 연말에는 사라지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