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SK의 손을 들어준 데 이어 LG의 제재 취소 요청마저 기각하면서 양측간 공수가 바뀌는 모양새다. 이번 판결로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협상에서 모종의 입장변화가 나타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ITC는 2일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을 제재해달라는 LG측의 요청을 기각했다. LG의 요청사항은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며, 특허 건과 관련해선 SK이노베이션측의 문서가 잘 보전돼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2019년 4월 LG로부터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당한 SK이노베이션은 같은해 9월 LG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는 지난해 8월 SK의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문서 삭제'를 이유로 소송 취하를 ITC에 요청했다. 하지만 ITC는 이를 기각했다. ITC는 오는 7월30일 SK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 대한 예비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코너에 몰렸던 SK가 반전에 성공하면서 배터리업계에선 양사의 ‘영업비밀 침해’ 협상전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양사가 원하는 보상금액 차이가 조 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격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 때문이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LG가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소송 판결에서 SK 일부 리튬이온배터리 셀·모듈·팩의 10년간 생산,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다. ITC는 SK가 LG로부터 11개 분야. 영업비밀 22개를 침해했고, 이로인해 경쟁사들보다 10년을 앞서 유리하게 사업을 운영했다고 봤다. 이에 SK는 LG에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해야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특허 소송에서 승리하면서 SK의 협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이번 소송마저 승리했다면 협상에서 확실한 승기를 쥘 수 있었던 LG는 기대하지 않았던 결과가 나오면서 협상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라며 “현재 LG 측과 보상 관련 협상을 진행하지 않고 있을 뿐더러 앞으로도 이번 소송 결과를 연계할 계획도 없고, LG의 특허 침해 사실을 명백히 입증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제재 요청에 대한 사안으로 사건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는 제재를 요청한 것이 기각된 것으로 해당 이슈가 근거없다는 것은 전혀 아니며, 추후 예비결정과 최종결정 등 소송과정에서 충분히 입증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업비밀 침해’ 협상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서도 특별히 거론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배터리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전이 길어질 수록 양측 모두의 이미지에 부정적일 수 있고 이는 국내 배터리산업 이미지와도 직결된다"며 "한쪽의 쏠린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결국 상호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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