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주춧돌 소공인을 살리자] ? 뿌리째 흔들리는 ‘뿌리 산업’

젊은이들 3D 업종 외면 …30만개 일자리 외국인 차지
기술 개발·전수 안 돼…장기적 소공인 육성사업 필요
2021-04-12 18:48:23

안산 반월공단의 금형제조공장에 일하는 이모(32)씨는 자존감이 없다. 4년차인 이씨가 4대 보험과 각종 세금을 제외하고 회사에서 받는 실수령액은 250만원으로 편의점이나 배달 등의 알바보다는 월등히 많은 금액이다. 게다가 근무연차가 늘어나고 숙련공이 되면 더 많은 급여를 받을 수도 있다. 대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등의 직업군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결코 나쁘지 않은 급여조건과 복리후생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번듯한 직장’이 아닌 3D 업종에서 일하고 있는 탓이다. 이씨는 심지어 기자에게 “얼마나 할 게 없으면 이런 막장까지 왔겠어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토로하기도 했다. 

뿌리 산업 취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술 개발이나 전수가 안 돼 산업 기반이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뿌리 산업 취업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기술 개발이나 전수가 안 돼 산업 기반이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소공인업종은 막장과도 같은 곳으로 인식되면서 국가 산업의 주춧돌인 뿌리 산업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기술 개발이나 전수가 안 돼 산업 기반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의 실제적인 대책 마련은 더딘 실정이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산업표준분류상 중분류 기준 제조업을 영위하는 10인 미만의 제조업체(소공인업체)는 전국에 35만9000개 정도로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소공인은 6대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과 봉제, 수제화, 가구, 인쇄 등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 종사자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자동차·조선·IT 산업의 성공도 주조, 금형, 열처리, 소성 가공 등 소공인 중심 산업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소공인들이 맡은 일은 산업의 뿌리로 매우 중요하지만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전무하다시피 하면서 그 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차지가 됐다.   

한국소공인진흥협회는 국내 소공인업계에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재중 동포 포함)가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불법체류자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은 최장 5년이다. 그들이 본국으로 들어갔다 재입국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으로 취업하고자 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에 두 번의 취업기회를 받기 어려운 까닭이다. 

또한 어렵사리 한국으로 재취업 승인이 난다하더라도 이전 근무지를 찾아가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거의 없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서 체계적인 기술자를 양성하기는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외국인 노동자 고용관련 설문조사(2018년)’를 보면 외국인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이 내국인에 비해 87.5% 정도지만 1인당 월평균급여는 내국인 대비 96.3% 수준으로 엇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국인 대비 외노자의 인건비 비중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서 제외되고 있는 숙박비와 식비 등 현물 급여를 합하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내국인 노동자들보다 더 많이 받고 있는 셈이다.  

소공인업계에서는 일손을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자 고용에 대한 법적비용 부담까지 감수해가며 외국인 노동자들 고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공인진흥협회 곽의택 회장은 “정부가 소공인업계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소공인 육성사업을 진행한다면 우리나라에서 페라가모나 구찌를 능가하는 세계적인 명품을 생산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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