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그룹의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장자 중심의 지분구도 등 농심의 승계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아예 3형제가 각자의 길을 걸어갈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감몰아주기 지적이 끊이질 않을 정도로 얽히고 설킨 사업구조에서 실질적인 독립경영이 가능하겠느냐는 물음표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계열분리가 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페 성격이 강할 것이라는 일각의 풀이가 나온다.
1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그룹은 지난 4월 메가마트와 우일수산에 대한 계열 분리를 신청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하는 메가마트는 신 회장의 세아들중 삼남 신동익 부회장(56.14%)이 이끌고 있다. 우일수산은 외가 인척이 운영중이다.
고 신 회장 별세 이후 농심은 자연스럽게 장자 신동원 부회장 중심의 경영체제로 들어섰다. 신 부회장은 지주사 농심홀딩스의 최대주주(42.92%)다. 쌍둥이 차남 신동윤 부회장의 농심홀딩스 지분은 13.18%다. 하지만 사업구도는 분리돼 있다. 신 부회장이 식품 사업을,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은 화학, 신동익 부회장은 유통을 이끄는 구도다. 신동익 부회장은 엔디에스, 호텔 농심, 농심캐피탈, 농심미분, 뉴테라넥스, 언양농림개발, 이스턴웰스 등도 이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마트가 계열분리에 나선다면 신동익 부회장의 독립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법 상 계열분리와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상장 기업은 상호 3% 미만으로, 비상장 기업은 계열 회사 지분을 15% 미만으로 보유해야 한다.
하지만 농심그룹의 사업구조가 이른바 수익계열화로 끈끈하게 얽혀있어 내부거래가 많다는 점이 문제다. 대표적으로 태경농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 3500억원 중 2000억원이 내부거래였다. 농심미분, 엔디에스, 호텔농심 등 메가마트 계열도 20~40%에 달하는 내부거래가 주목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매출구조까지 독립할 수 있겠느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계열분리 작업이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지정과 무관치 않다는 풀이도 나온다. 올 1분기 농심·농심홀딩스·율촌화학 등 상장사 3곳의 자산 총액은 약 4조7000억원이며, 여기에 메가마트와 우일수산 등을 합하면 5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이에따라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 총액 5조원대 공시대상 대기업집단에 농심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하지만 농심은 계열분리를 신청하고 자산 규모가 줄면서 대상에서 빠졌다. 만약 농심이 지정됐을 경우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취, 회사기회유용 등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강화된다.
경제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만약 삼남 신 부회장이 독립경영에 나선다면 농심과의 거래관계를 어떻게 줄이고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갈지가 관선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무뉘만 독립이고 일감은 여전히 농심에 기댄다면 이는 일감 규제를 벗기 위한 꼼수”라고 말했다.
농심의 한 관계자는 “현재 계열분리를 위한 특별한 작업를 진행하고 있지않다”며 “메가마트 측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전해왔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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