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또 한번 저잣거리의 비웃음 거리로 전락했다. 갈등을 풀어야 할 이사장이 건강보험공단 설립 이래 최초로 ‘단식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로또취업이라고 비난받았던 ‘인국공사태’와 ‘오또케여경’이라는 비아냥에 이은 세 번째 희극이다.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지난 14일 건보공단 로비에 자리를 깔고 단식 농성에 돌입했지만 내외적으로 비판이 게세지다 16일 단식을 중단했다. 김 이사장은 고객센터의 직영화를 두고 상담사노조와 정규직노조간 노?노갈등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이사장이 무능해 노동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며 단식에 나섰다"고 밝혔다. 고객센터 직영화를 통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상담사 1600명 가운데 1000명에 이른다.
상담사노조측은 자신들이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공단이 고객센터를 직영화해야 국민 의료정보와 사생활 보호 의무를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상담사노조의 논리대로라면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근로자들은 공무원으로 채용돼야 할 판이다.
공단 직원들은 공정한 절차가 무시되는 채용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공단 직원의 80% 가까운 조합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민주노총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1년 가까이 파업과 태업을 반복해 민원처리 기능이 거의 마비에 이를 지경이라는 비판이다.
건보공단에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올해 상반기 기술직의 경우 12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해 하반기 전산직의 경쟁률은 100.6대 1에 달했다. 직종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서류심사, 필기시험과 인성검사, 구술과 토론이 포함된 면접시험을 거쳐야 한다. 일부 직종은 토익점수와 각종 자격증이 응시조건에 포함된다. 고객센터 상담원들이 이력서 한 장으로 취업했던 민간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공단의 직영화 결정과정에서도 공정성을 상실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민간위탁 노동자 직고용·직영화 결정은 공단의 사무논의협의회(협의회)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단은 협의회 위원과 진행한 내용을 공단직원들에게 비공개로 하면서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공단직원들은 협의회 회의록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공정한' 논의를 위해 비공개한다는 해괴망측한 논리를 대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총 5명의 협의회 구성원 다수가 편파성이 강한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어 협의 과정에서 편파적인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지배적이다.
공공부문의 신규채용은 줄이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를 공적으로 삼는 정부의 이중적 행태는 청년들의 불공정시비에 휘말리며 정부 부채만 늘려가고 있다.
고용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1단계 정규직 전환 추진 결과에 따르면 2017년 7월부터 2020년 말까지 4년간 853개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19만953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부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교육기관 등을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 기관으로 선정하면서 17만4935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짰다.
목표보다 2만4603명(14%) 많은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로 인해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간 인건비가 1000억원 이상 증가한 공공기관은 15곳, 공공기관 부채는 2020년 544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IT기술의 발전은 열악한 고용환경의 직업군 중 하나로 꼽히는 고객센터를 사양산업화시키고 있다. IT기업을 비롯한 금융기관이나 대기업 등 많은 기업이 고객센터의 역할을 AI에게 맡기는 것이 추세다. AI로 대체될 사양산업 인력 1000명을 공공기관의 재정으로 고용하는 것은 우리와 우리 아이들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인심이나 쓰자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다.
단식은 소외계층이나 권력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집권층이나 가진자들에게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는 극단적인 항의 표시다. 김 이사장은 소외계층이나 힘이 없는 사람이 아닌, 권력층이다. 김 이사장의 단식은 그래서 논란 거리로 전락했고, 지지보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 이사장은 단식과 같은 돌출 행동보다는 노노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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