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위험의 외주화' 실체 드러날까

다단계 하청구조 비판 고조
2021-08-19 14:26:06
현대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행위에 대한 증거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뇌부에 대한 처벌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장 공장 지붕에서 작업하던 사외 단기 공사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사망한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불공정하도급행위에 대한 증거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수뇌부에 대한 처벌 여부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달 13일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도장 공장 지붕에서 작업하던 사외 단기 공사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사망한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하도급 조사를 방해했다는 현대중공업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잦은 노동자 사망사고가 현대중공업의 안전불감증과 ‘다단계식 위험의 외주화’에서 불거졌다는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혐의가 드러나면 일벌백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최근 울산 현대중공업 등을 압수수색해 내부 문건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현대중공업이 200곳가량의 사내 하도급업체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작업 4만8000여건을 위탁하면서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 발급하고, 하도급 대금도 깎았다며 2019년 말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하도급 업체는 구체적인 작업 및 대금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우선 작업을 진행한 후에 계약서를 발급하면서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것이 공정위의판단이다. 

당시 공정위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8년 10월 현장조사 직전 중요 자료가 담긴 하드디스크 273개와 컴퓨터 101대를 교체해 조사를 방해했다며 회사에 1억원, 소속 직원에게 2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이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대중공업이 관련 자료를 조직적으로 은닉·파기했는데도 과태료 처분에 그쳤다며 대표이사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동안 노조와 시민단체 등에선 현대중공업에서 끊이질 않는 노동자 사망사고의 본질이 이 같은 불공정하도급행위와 ‘위험의 외주화’에서 비롯됐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됐다. 이에따라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사고 재발을 막아야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에선 올해만 3명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월 현대중공업 울산공장 대조립 공장 대조립 1부 F1베이에서 노동자가 작업중 철판이 떨어져 철판과 지그 사이에 머리가 끼어 현장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5월에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원유운반선 용접 작업자인 협력업체 40대 노동자 장 모 씨가 작업 도중 추락사했다.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 울산 도장1공장에서 지붕 슬레이트 작업 교체을 진행하던 외부 공사업체 직원이 추락해 사망했다. 현대중공업 지부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고는 산업안전에 관한 규칙을 위반해 발생한 것”이라며 “회사의 안전관리 허점 때문에 발생한 중대재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현대중공업 원청과 단기계약업체라는 외피를 썼지만 본질은 공공하게 유지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였다”며 “이윤창출을 위해 사업장 안팎으로 조선소 중대재해의 주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단기계약업체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의 비판을 떠나 지난달 사고가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지 불과 2달만에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감시당국이나 현대중공업이나 둘 다 믿을 수 없다는 비판이 강해지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 대표는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서 "산재는 작업자의 불안전한 행동 탓"이라는 식으로 언급해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하도급 구조의 핵심은 비용절감에 있다”며 “문제는 하청업체들이 일감을 따내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런 과정에서 납품대금 후려치기에도 특별히 반발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하청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안전시설 설치 등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게 되고, 하청 노동자는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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