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간의 양강구도가 고착되는 가운데 국내업체간 입지 경쟁은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7월까지 판매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점유율 2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이 삼성SDI를 제치고 5위로 올라서고 증시에선 삼성SDI가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을 시가총액으로 제치면서 머리 위로 올라섰다. LG에너지솔루션이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와 배터리 리콜로 위상이 흔들리는 사이 경쟁사들이 점유율과 주가에서 치고 나가는 모양새다.
2일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37.1GWh(기가와트시)로, 전년 동기보다 143.6% 증가했다. 중국 CATL이 30.0%로 점유율 1위, LG에너지솔루션이 24.2% 2위를 유지했다. 다만 CATL은 1∼6월 집계보다 점유율이 0.1% 포인트 늘어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점유율이 0.3% 포인트 줄어 양사 간 격차가 더 커졌다.
SK이노베이션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은 기존 5.2%에서 5.4%로 오르면서 올해 누적 집계에서 처음으로 삼성SDI를 제치고 5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점유율이 5.2%에서 5.1%로 하락하며 6위로 밀렸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 합계는 34.7%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 증가가 점유율 확대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1∼7월 국내 신규등록 전기차 4만7508대 중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2만8644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이 지금까지 판매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점유율에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SK는 전날에도 중국 옌청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기 위해 현지 법인에 10억6000만 달러(약 1조2325억원)를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현재 이 회사의 배터리 수주 잔고는 1테라와트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에선 삼성SDI가 LG화학을 눌렀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삼성SDI 시가총액은 51조7109억원으로 코스피 시총 7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 아래를 LG화학(50조2617억원) 시총 8위로 뒤따르고 있다. LG화학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분사했지만 아직 상장이 안된 상태로 향후 상장전까진 LG화학 주가에 자회사의 가치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쉐보레 볼트' 리콜 사태로 LG화학의 주가가 흔들리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배터리 사업 분사를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자회사 분할 이슈가 없는 삼성SDI가 투자자들에게 배터리업종 대장주로 각인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3사 모두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상항에서 시장 초기 LG화학 1강 체제에서 3강 체제로 전환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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