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재료는 물론 가공식품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치솟으면서 서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증권가에선 인플레이션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한은의 연내 추가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6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8월 공업제품 소비자물가지수는 105.04로 1년 전보다 3.2% 올랐다. 2012년 5월(3.5%) 이후 9년 3개월 만의 최대 상승이다. 구체적으로 지난달 소금 가격은 1년 전보다 14.6% 급등했다. 최근 염전 감소와 잦은 비로 천일염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가 지난 6월부터 비축 천일염 4763t을 풀기는 했지만 연말 김장철에 돌입하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외 드레싱 11.9%, 식초 10.8%, 잼 8.8%, 물엿 7.9%, 참기름 7.5%, 식용유 5.1% 등 다른 조미료 가격도 올랐다.
가공식품 가격도 뛰고 있다. 막걸리는 쌀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덩달아 가격이 17.1% 뛰어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빵(5.9%)과 떡(5.8%)도 함께 올랐다. 비스킷(11.1%), 스낵과자(4.7%) 등 간식류와 국수(10.7%), 파스타면(4.4%) 등 식재료, 햄·베이컨(7.6%), 생선통조림(6.8%), 부침가루(6.1%), 두부(5.5%), 된장(4.3%) 등 부식 재료도 오름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농축수산물은 7.8% 올랐는데 달걀(54.6%), 시금치(35.5%), 고춧가루(26.1%), 쌀(13.7%), 돼지고기(11.0%) 등의 오름폭이 컸다. 이 중 달걀은 올해 1월(15.2%)부터 8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의 물가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2%가 넘어갈 가능성 때문이다. 더욱이 이달엔 추석 명절이 있는데다가 1인당 25만원의 국민지원금도 풀린다. 국민지원금의 소비 부양을 겨냥한 것이지만 추선 전후로 지출이 한번에 몰릴 경우 물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만약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를 넘게되면 2012년(2.2%) 이후 9년 만이 된다. 물가가 올라가면 지원금 소비후 서민 생활은 다시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물가만 오르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이처럼 추가 금리인상의 명분이 늘어나면서 연내 금리인상도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현재 증권가에선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는 관측이 늘어나고 있다. 금리인상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물가가 지금처럼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금리인상은 불가피해진다. 최근 금리인상에도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는 집값도 추가 금리인상이 빨라질 수 있는 배경중 하나다. 지난달 26일 기준금리 인상 직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누적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첫발을 뗀 것"이라고 밝히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추석이 지난다고 해도 연말이 다가올 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물가를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큰폭의 금리인상 등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과감하게 회수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경기회복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려운 결정. 인플레 등 버블로 가지 않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려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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