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정의선 회장 로봇회사 지분 인수도 들여다 보나?

현대차그룹 보스톤 다이나믹스 지분 인수하면서 정의선 개인 투자
시민단체 질의에 회사 기회 유용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물음표 여전
2021-12-23 12:34:51
현대차는 미래먹거리로 로보틱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22’ 현대차 참가 티저 이미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처음으로 '지배주주의 회사 사업 기회 유용 행위'에 대해 제재하고 나서면서 비슷한 논란이 일었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보스턴다이나믹스 개인 지분 인수과정에 대한 관심이 재고조되고 있다.

지난 22일 공정위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SK㈜의 사업기회를 가져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SK㈜와 최 회장에게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 측은 최 회장의 투자가 경영권과 무관하고 사업 기회가 아닌 단순한 '재무적 투자 기회'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드리지 않았다.

기업이 아닌 지배주주, 총수 개인이 절대적 지배력과 내부정보를 활용해 계열사 재산인 사업 기회를 받는, 즉 ‘회사 기회 유용’ 혐의로 제재를 받은 첫 사례로 최근 그룹 총수 등 특수관계자가 회사와 함께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번 제재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당장 현대차그룹이 공정위의 새로운 관심기업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3사가 신성장동력 확보의 일환으로 로봇회사인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하는데 개인적으로 참여했다. 이들 3사는 지난해 12월 10일 보스턴다이나믹스 공동 인수를 결정했으며, 지난 6월 현대차 지분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등 지분 60%를 매수하면서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나머지 20%는 정 회장이 개인 투자자 자격으로 매수했다. 정 회장의 투자금은 약 2500억원대 이른다.

정 회장의 지분 참여와 관련해 당시 현대차 측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로봇 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진은 지난 2006년 4월 20일 계열사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비리 등 혐의를 받는 <br>???????정의선 회장(당시 기아차 사장)이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계열사 비자금 조성 및 경영권 편법승계비리 등 혐의를 받는 정의선 현대
차그룹 회장(당시 기아차 사장)이 지난 2006년 4월20일 굳은 표정으로 검
찰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회사가 지분을 모두 인수하지 않고 정 회장이 굳이 지분 인수에 참여한 것이 타당한 것이냐는 물음표가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은 지난해 12월 15일자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분 80% 전부를 인수하지 않고, 그 일부를 정 회장 개인이 인수하도록 한 것은 해당 회사 및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업기회를 유용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며 이들 회사에 지분 80%를 모두 인수하지 않은 이유, 이사회 논의 등 절차의 적법성과 근거 등에 대해 질의했다.

정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당 계열사의 사업 기회가 포기, 유용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로보틱스 사업은 현대차그룹이 미래사업으로 지속해서 강조해온 사업이다. 정 회장은 인수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최대주주로 경영 의사결정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더욱이 인수사중 한 곳인 글로비스는 정 회장이 지분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곳이다. 지난 2006년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부자가 가진 글로비스 지분 전체를 사회복지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의 글로비스 지분은 지난 9월말 기준 23.29%다. 기부를 약속한 지분을 그대로 쥐면서 그룹 지배력 확대는 물론 회사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대한 정 회장의 직접적인 영향력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질의서에 대해 현대차에서 '사업기회 제공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보냈다"며 "하지만 현대차가 제공한 자료만으로만으론 분명한 판단이 힘들어 결론을 잠정보류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엔 공정위의 관련 판단이 없었던 때로 이번 실트론과 관련한 공정위의 판단이 나온 만큼 판결을 검토한 뒤 정 회장의 문제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내년 주총에서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월말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은 현대글로비스 9.02% 현대모비스 9.5%, 현대자동차  8.03%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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