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1월 국내 증시를 달굴 최대 흥행카드로 급부상하면서 지난해 분사과정에서 불거진 '소액투자자 패싱',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중 상장' 논란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소액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분사가 모기업인 LG화학과 대주주에게만 유리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해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미래신사업 드라이브가 이처럼 개인투자자의 눈물을 발판으로 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분할과 상장으로 LG그룹의 공정과 도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중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청약을 거쳐 오는 27일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애초 지난해 3분기에 상장될 예정이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를 납품한 제너럴모터스 쉐보레 전기차 볼트 리콜 사태와 조 단위의 배상문제가 불거지면서 올해로 일정이 밀렸다. LG에너지솔루션이 신주 3400만주를 발행하고, 모회사인 LG화학이 보유한 LG에너지솔루션 지분 2억주(100%) 가운데 850만주(4.25%)를 구주매출로 내놓는다. 공모물량 가운데 20%는 우리사주로 배정됐다.
상장에 성공하면 LG에너지솔루션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자금을 해외 공장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와 리튬황전지, 전고체 전지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하는데 투입할 계획이다. 북미 지역의 경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배터리 공장, GM과의 합작사인 '얼티엄 셀즈' 증설 투자, 신규 생산거점 확보 등을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총 16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상장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 우리사주를 확보한 직원들도 '잿팟'을 터트릴 수 있다.
현재 증권가에선 LG에너지솔루션이 1월 증시의 최대 흥행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공모주 불장’을 맛봤던 투자자들도 들썩이고 있다. 실제 각종 주식 커뮤니티에선 LG에너지솔루션 청약 준비와 관련한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상장을 보는 시선이 다 곱지는 않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이 다가오면서 주가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LG화학 개인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전부터 LG화학 주식을 보유해왔던 투자자들의 속은 더욱 쓰리다. 물적 분할 시 신설 법인의 지분은 모두 기존 법인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중 상장’ 논란도 뜨거워지고 있다. 기업이 핵심사업을 쪼개고 다시 상장하는 과정에서 기존 소액투자자자들은 신주 혜택없이 주가하락 피해만 보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금 유치를 위해 분할 상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재벌그룹과 소수의 대주주에게 너무 유리하게 짜여진 ‘불공정 게임’이라는 투자자들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해외의 경우 이같은 '이중 상장' 사례는 거의 찾아 보기 힘들다. 이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전문가들의 쓴소리도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지난 3일 보고서에서 "2021년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경영진과 이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이로운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슈가 비일비재했다"며 "약탈적 합병, 상장폐지, 물적분할 후 이어진 이중 상장 등은 2021년 한 해 한국 주식 투자자를 괴롭혔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를 대신해 상장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이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의사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적분할 그 자체로는 주주 가치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물적분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물적분할 목적이 오로지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와 다르게 국내에선 신주모집 비중이 높아 자회사로 현금이 유입되고 있어 모회사 주주의 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공정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지적이다.
대선주자들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물적 분할 시 모회사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물적분할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공모주 청약 시 일정 비율을 공모가로 청약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 쪼개기와 이중 상장으로 기업은 웃는데 소액주주들은 우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사례가 증시에서 더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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