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참사' 처벌 어려운 HDC 정몽규…소액주주들이 응징할까

정몽규, 미등기이사로 경영 좌우하더니 문제 생기자 직함만 내려놔
시민단체들, 소액주주 힘 모아 올해 주총서 경영자에 책임 묻기로
2022-02-16 14:20:31
오는 3월 현대산업개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현산에 대한 특별법을 제정해 문제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 시민단체들이 지난 14일 광주지방경찰청 앞에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HDC 현대산업개발의 핵심 관계자에 대한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인재로 평가되는 잇단 대형 참사에도 정몽규 HDC그룹 회장 등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경영진에 대한 처벌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늘면서 주총에서 이들에게 책임을 묻거나 특별법을 제정해 처벌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미등기이사이면서도 경영을 좌지우지하다가 이번 사태로 회장직만 내려놓고 책임을 회피하자 이같은 기업 지배방식에 대한 ‘메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한 건물이 철거 중 붕괴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지난달 11일에는 서구에서 신축 중이던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구조물이 붕괴해 노동자 6명이 사망했다. 둘 다 시공사는 현산이었다. 이에따라 정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참사 시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시민이 죽고 다쳐도 사고의 핵심 당사자인 원청회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관행이 현산의 안하무인을 낳았다"며 "핵심 관련자들을 당장 구속 수사하고 현산 경영진의 공기 단축 지시가 있었는지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도 현산의 영구 퇴출을 촉구했다.

주주들은 울상이다. 지난달 11일 2만5000원대였던 현대산업개잘 주가는 이날 1만5000원대로 떨어졌다. 하락분은 40%가 넘는다. 한국투자증권은 외형과 수익성이 훼손되고 배당 또한 불투명해졌다며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증권가에서 매도 보고서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사실상 매도 보고서가 나온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서울시가 징계절차에 착수했으며, 학동 참사는 최장 8개월의 영업정지, 화정동 참사는 최장 1년 등 최대 1년 8개월의 영업정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 처벌도 진행중이다. 학동 참사에선 하도급업체 관리자 등 9명이 기소됐으며, 화정동 붕괴사고 관련 입건자는 현산 관계자 6명, 하청업체 관계자 4명, 감리 3명 등 총 13명이다.

정몽규 회장이 지난달 17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붕괴 사고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회장직만 내려 놓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자 시민단체들이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에 대한 처벌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두 사고가 중대재해법 시행 이전에 일어난 데다가 이 법을 적용하더라도 수사 대상은 될 지 언정 법적 처벌은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 회장은 미등기임원이다. 등기이사는 의사결정에 대한 법적책임이 수반되지만 미등기임원은 그렇지 않다. 대주주로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면서도 그 책임에선 피해간 셈이다. 하지만 그는 등기이사들보다 더 많은 보수를 챙겼다. 그가 화정 참사 이후 일주일 만에야 얼굴을 드러내고 회장직을 내려 놓으며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히자 '면책용 쇼'라는 피해자들의 비판을 거세진 바 있다.

결국 시민사회가 들고 나섰다. 경제개혁연대는 최근 HDC현대산업개발 주주인 네덜란드 연금 투자회사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정관 변경에 관한 주주제안을 회사에 제출했다. 연대는 "두 번의 붕괴사고를 통해 드러난 심각한 수준의 안전관리와 품질관리 미비, 사고 후 대응조치 등을 종합해볼 때 현대산업개발은 사회적 책임이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해 진정성 있는 어떠한 고민이나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이는 고스란히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APG와 같은 주주들에 큰 피해가 발생했고 계속기업 가능성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등도 'HDC현대산업개발 지배구조 바로 세우기 주주 활동'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3월 조총에 참가해 이사회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 등 주요주주의 주주권 행사도 중요하지만, 전체 주주의 99%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3월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문제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고, 장기적으로는 회사의 문제 사항을 감시해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HDC현대산업개발 시민행동단'을 모집한 뒤 산업안전 및 건설 품질 관리 전문 이사 선임 및 안전보건 이사회 설치 요구, 문제 이사들에 대한 연임 반대 등 의결권 행사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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