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이 모범납세자 표창을 수상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이 두회사와 오너인 박성수 이랜드 회장이 불공정거래 혐의로 처벌 받을 위기에 놓인 탓이다. 혐의 기간과 수상 근거 기간이 다르다지만 모범납세자 표창이 사회적 책임경영 노력을 공인하는 상이라는 점에서 이번 수상이 적절했느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이랜드그룹은 지난 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납세자의 날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은 각각 산업훈장(철탑)과 부총리 표창을 받았다고 4일 밝혔다.
이랜드월드는 사회적 책임경영을 수행하고 최근 2년간 관세 등의 수입세액을 정확히 신고하고 759억 규모의 수출로 국가재정과 일자리 창출 및 산업발전에 기여한 점을, 이랜드리테일은 최근 2년간 납부 세액을 성실히 낸 점과 협력사에 금융지원, 판로개척지원, 인력채용 등 각종 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협력사의 성장을 도모한 점을 인정 받았다는 것이 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랜드 수상에 대한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랜드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조사를 마무리하고 지난달 이랜드 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이달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2014년에서 2016년 사이 이랜드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그룹 모회사인 이랜드월드가 과거 유동성 위기에 처하자 변칙 무상 자금 대여와 자산 양수도 대금 지연회수를 통한 지원, 인력 무상 지원 등으로 부당지원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한마디로 위기에 빠진 모회사를 살리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적인 불공정행위를 일삼았다는 이야기다. 이는 오너인 박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도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 공정위 심사관은 심사보고서에 이랜드리테일 법인과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등을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공정행위 제재가 임박한 기업이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은 것이다. 물론 표창의 기간과 부당지원 혐의 기간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번 수상에 문제는 없어 보인지만 이 상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의 바로미터로 평가되는 상이라는 점에서 이랜드에 박수를 쳐주기는 힘들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랜드월드는 혐의 기간에 포함되는 2014년에도 모범납세자 기획재정부장관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이랜드월드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로 박성수 회장 등이 48.78%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이랜드월드가 44.8%, 이랜드복지재단 5.7%, 이랜드재단이 0.5%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박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사실상 개인회사와 다름 없는 상황에서 이랜드월드가 패션 브랜드 스파오(SPAO) 등 직접 사업을 통해 이마트리테일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지속하면서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이랜드월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이랜드리테일에서 나온 매출은 903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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