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에 대한 국민연금의 경영 견제가 또다시 좌절됐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조현준 효성 회장의 연임 안건에 반대했지만 결국 지분율에 밀려 안건 저지에 실패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한 경영 견제를 외쳤지만 총수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사실상 예외가 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효성그룹 지주사인 효성은 18일 서울 마포구 효성빌딩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 다른 안건들도 모두 무난하게 통과됐다.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은 횡령·배임 등 기업가치 훼손 이력, 과도한 겸임 등을 이유로 두 형제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반대를 결정했다.
법원이 조 회장의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도 연임 반대 여론에 일조했다. 조 회장은 사실상 개인회사인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가 경영난에 퇴출 위기에 놓이자 그룹 차원에서 TRS 거래를 통해 불법으로 자금을 지원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5일 1심 재판부는 조 회장의 혐의를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상장회사인 효성의 자회사 효성투자개발을 효성그룹의 부속물 또는 조현준 피고인의 사유물로 여겨 거래했다"며 징역 2형을 구형한 검찰은 즉각 항소했다.
하지만 이날 안건은 이변 없이 통과됐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효성 지분이 9.5%에 그치는 상황에서 조 회장(21.9%)과 조 부회장(21.4%), 조석래 명예회장 지분율(9.4%) 등 총수일가 전체 지분율이 과반이 넘는다. 지금까지 효성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안건에 반대했지만 지분율에 밀려 안건 저지에 실패했던 상황이 이날도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이날 국민연금의 패배는 이미 예견됐다. 하루전인 지난 17일 진행된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선임 안건은 무난하게 통과됐다. 작년 말 기준 조 회장의 효성티앤씨 지분은 14.59%, 조 부회장의 효성첨단소재 지분은 12.21%이며, 국민연금 지분율은 각각 9.46%, 8.43%다. 증액 폭이 너무 과다해 사실상 이들 형제를 위한 포석이라고 비판을 받았던 이사의 보수한도 증액과 배당금 안건도 모두 통과됐다. 그 만큼 두 형제의 그룹 장악력이 더욱 확대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도 국민연금이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스트어튜십 코드를 도입하고 사익편취, 기업사유화, 제왕적 지배구조, 비리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킨 대기업과 오너들에 대한 경영 견제를 본격화했지만 효성 등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막강한 기업에는 이같은 시도가 먹히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간 반대의결권을 행사하고도 실제 부결된 비율도 평균 2.4%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김규영 효성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효성은 '고객중심 경영, 신뢰받는 기업'을 모토로 주주 가치 향상에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막강한 지분율을 믿고 주주회사를 개인 사유화하는 기업에 대한 경영 견제는 지속돼야한다"며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는 물론 다른 기관투자자들과의 연대, 주주대표소송 등 다른 방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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