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장사 잘했지만 소비자 신뢰도는 '뚝'

'고객 기만' 펀드 불완전판매 적발돼 금감원 기관주의 제재
반토막 기부금에 '구두쇠' 이미지 우려…한투 "5년 평균 수준" 반박
2022-04-20 13:28:53
한국투자증권의 지난해 기부금이 전년대비 급감하고 펀드 불완전판매로 금감원의 제재를 맞으면서 소비자 신뢰도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투자증권이 소비자를 기만한 펀드 불완전판매로 금감원의 제재를 받았다. 역대급 호실적에도 기부금을 반으로 줄이면서 사회 공헌에 인색하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검사 결과 펀드 판매 시 적합성 원칙 위반, 설명 확인 의무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사례 등을 적발해 기관주의에 과태료 29억2000만원을 부과했다. 관련 임직원 6명은 감봉 등의 징계를 받았다.

금융감독원 제재 공지 캡쳐

한국투자증권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홈쇼핑 납품업체에 연계된 팝펀딩 펀드를 판매하면서 일반투자자에 대해 투자자 성향 분석을 위한 설문 절차를 생략하는 등 투자자 정보 파악 절차를 소홀히 했다. 또한 펀드 판매 시 일반투자자들에게 금융투자 상품의 내용 및 위험에 관해 설명한 내용을 가입일이 지난 뒤 사후 보완했다가 적발됐다. 투자 권유를 하면서 '대주주가 워낙 탄탄하다'고 안내하는 등 거짓 내용을 알리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단정적 판단을 제공한 점도 지적됐다.

자사 수익을 위해 고객피해가 우려되는 부실 판매를 마다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제재는 기관주의 경징계에 그쳤다. 금융회사의 제재 수위는 ‘기관주의-기관경고-시정명령-영업정지-등록?인가 취소’의 5단계로 나뉘고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증시 호황으로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 기부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br>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렸다.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474억원, 영업이익은 1조288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04.4%, 69.4% 급증,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임직원들의 보수도 올라갔다. 한국투자증권 호실적으로 지주사 배당금도 1주당 6150원으로 전년의 두 배로 늘어났다. 덕분에 최대주주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지분 20.7%)도 두둑한 배당금을 챙겼다.

반면 기부금은 반토막이 났다. 한국투자증권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부금은 13억1200만원으로 전년도 26억8700만원 대비 급감했다. 반면 NH투자증은 같은 기간 기부금이 51억에서 100억원으로 두 배 늘어나면서 10대 증권사 기부금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 기부금이 줄어든 증권 3사중에서도 한국투자증권의 감소율이 가장 컸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국투자증권이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만드는 등  ESG 경영 실천을 적극 홍보해온 곳이라는 점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 역시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차례 강조하면서 ESG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만큼 비판의 강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기부금이 대폭 줄었다고 볼 수 없다"며 "전년도의 경우 일회성 요인으로 기부금이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고 이는 최근 5년치 평균 수준에 부합한다"고 해명했다. 2021년도 한국투자증권 기부금(13억1200만원)은 당해 당기순이익 대비 0.5% 가량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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