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정유사들이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고통분담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유사들은 '손실이 나면 정부가 보상해주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과 물가 부담으로 국민 고통이 커지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한시적인 고통분담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판단이다. 국민 고통속에 올린 고유가 수혜가 배당 등으로 오너일가에 대거 돌아가는 GS칼텍스 등 일부 정유사들에 대한 세간의 시선도 그리 곱지는 않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200원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정유업계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유류세 인하 등으로 정유사의 초과이익을 최소화하거나 기금 출연을 통해 환수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다.
여당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지난 23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상황과 관련해 시중 은행과 정유사의 고통 분담 노력을 공개 촉구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정유사와 관련해 "정부는 세수 부족 우려에도 유류세 인하 폭을 최대한 늘렸다“며 ”정유사들도 고유가 상황에서 혼자만 배 불리려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유가 장기화로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정유사들이 고통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실제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82.2%, S-OIL은 111.7%, GS칼텍스는 70.9%, 현대오일뱅크 70.7%는 급증했다. 고유가에 따른 원유 재고 평가이익에 정제마진 상승이 더해졌다.
증권가에선 정제마진이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2분기에도 정유사의 어닝서프라이즈가 재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6월 3주차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24.41달러로 정유 호황기였던 2016년~2017년 당시 정제마진 10달러대의 2배가 넘는다.
정유업계의 반응은 좋지 않다. 그만큼 이익이 줄어들기 떄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할 경우 정유4사의 월간 영업이익은 3250억원 가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에선 과거 저유가로 정유사들이 적자에 허덕일 때 정부가 도와준 것이 무엇이냐며 반문하고 있다. 일각에선 탈탄소시대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호황때 올린 이익을 모아 체질변화의 종잣돈으로 써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현재 고유가와 물가비상에 따른 국가 경제와 서민 타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라도 고통분담을 요구해 급한부를 꺼야한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도 고유가 특수 기업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실제 영국은 에너지 요금 급등에 대응해서 석유와 가스업체에 25% 초과이윤세를 부과하고 가계에는 150억파운드를 지원하기로 했다. 헝가리와 아르헨티나 역시 초과이윤세를 추진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유사들에게 공급확대를 주문하면서 "하느님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들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고유가로 올린 이익중 상당부분이 오너일가에 돌아가는 정유사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GS칼텍스는 허씨일가의 ‘화수분’으로 불릴 정도로 오너일가에 대한 이익 기여도가 높은 회사다. GS칼텍스는 GS에너지와 미국 쉐브론이 각각 지분 50%씩을 보유중이고, 다시 지주사 GS가 GS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지배구조다. GS는 허창수 명예회장외 특수관계인이 52.46%로 지배주주다.
GS칼텍스의 2021년도 배당금 총액은 4206억원으로 이런 지배구조 아래 오너일가로 들어갔다. 구체적으로 GS에너지가 이중 절반인 1103억원을 가져간 뒤 GS에 2413억원을 배당했다. GS의 2021년도 배당금총액은 1894억원으로 이중 990억원 가량이 지분율에 따라 오너일가의 몫으로 돌아갔다. 배당성향은 42%에 달한다. 고유가에 허덕이는 국민 입장에선 부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GS칼텍스는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세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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