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대체녹지부지 토양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논란인 가운데 여수시가 정밀조사 사전 통지를 하는 등 토양 정화절차에 돌입했다.
31일 여수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산단 대체녹지를 조성한 롯데케미칼, 여천NCC, GS칼텍스, DL케미칼(구 대림산업), 한화솔루션, 그린생명과학(구 KPX) 6개 시행사에 토양 정밀조사를 사전 통지했다.
시군 등 기초지자체는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비소, 불소 초과 검출 등 토양오염을 인지한 경우 오염 원인과 오염도 조사와 함께 사업장에 정밀조사·정화 조치를 명할 수 있다.
여수시는 사전 통지 기간인 오는 9월 5일까지 시행사의 의견이 접수되면 검토 후 토양정밀조사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조사기관에서 정밀조사를 벌인 후 토양정화 절차를 밟게 된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앞서 시는 주삼동 산단 대체녹지조성지 1구간에 대해 토양오염 정밀조사를 실시해 비소와 불소 등 발암물질이 다량으로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지난 7월 10일 집중호우 당시 주삼동 중방천 상류에서 적갈색 물이 발견되자 전문기관에 대체녹지대 토양 8개소와 수질 5개소에 대해 오염도 검사를 의뢰했다.
조사 결과 4m 깊이의 심토층에서 비소가 리터당 최대 108.99㎎, 불소는 최대 1105㎎이 검출됐다. 이는 공원부지의 법적 기준치인 비소 25㎎/L, 불소 400㎎/L 이하를 크게 초과한 수치다.
비소는 비교적 높은 원자량과 독성으로 인해 중금속으로 분류된다. 급성 및 만성 노출은 모두 피부, 폐, 심혈관계 및 신경계를 포함한 다양한 기관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특이한 점은 토양의 표층부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심토층에서만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오염된 토양을 매립하고 그 위 표층에는 정상적인 흙을 덮어 눈속임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발암물질이 검출된 대체녹지 조성 토양은 여수산단 기업들이 녹지해제 된 공장 증설 부지에서 성토한 흙이다. 롯데케미컬 등 산단 입주기업들은 화치동, 월하동, 주삼동, 평여동 등 6곳의 녹지해제 임야에서 28만8000여㎥의 토사를 이곳에 반입해 조성했다.
대체녹지 조성지 1단지 1구역의 면적이 3만1750㎡여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서 제외됐는데, 일각에선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오염된 흙을 그대로 매립했다는 의혹 제기를 하고 있다.
여수시 관계자는 “대체녹지 조성지의 토양오염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 사전 통지 기간이기 때문에 자세한 말은 하기 어렵지만 의견 청취를 통해 행정처분 등 강력한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여수산단 입주기업들은 당시 토양오염도 조사 등을 통해 문제가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여수산단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당시 사업지구 및 주변지역의 토양 오염도를 파악하기 위해 2차에 걸쳐 현지조사를 실시했음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설계대로 대체녹지 조성하고 나무 심고 모두 완료해 여수시에서 준공‧기부채납까지 한 상황에서 문제제기를 하면 어쩌라는 거냐”고 반발했다.
‘국가산단대체녹지조성지 1구간’은 롯데케미컬 등 6개 회사가 국가산단 녹지해제 및 공장용지 조성에 따른 지가차액으로 지난 2019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조성해 2022년에 여수시에 기부 채납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불거진 대체녹지대 1구간 외에도 2, 3구간이 준공 승인을 앞두고 있고 이들 대체녹지에도 녹지해제 당시 파낸 토사를 반입해 조성한 만큼 추가 오염도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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