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도둑 못 막은 임종룡의 '내부통제혁신'
2024-06-12
LG그룹을 상징했던 ‘인화(人和)’ 정신이 시험대에 올랐다. 5년여 전 합의에 의해 마무리됐던 상속문제가 최근 법적분쟁으로 되살아난 탓이다. LG家를 ‘불협화음이 없는 가문’으로 각인시킨 구인회 창업주의 이념이 80여년 만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LG는 올해 기분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역대 최대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LG전자의 VS(Vehicle component Solutions) 사업본부는 10년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결실을 맺고있다. 로봇과 AI, 바이오 등 미래사업도 착실히 내실을 다지고 있다. 그룹 영역이 알짜와 미래선도 사업으로 재편되면서 위기에 더욱 강한 체질로 거듭났다는 분석이다.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털어내고 될만한 사업에 주력한 구광모 회장의 ‘선택과 집중’이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그룹 시가총액도 구 회장 취임한 이후 3배로 불어났다. 5년전 세상을 떠난 부친의 빈자리를 구 회장이 완벽하게 메꿨다는 평가다. 그만큼 안정적인 오너십을 보여줬다.
하지만 LG는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구 회장의 어머니인 김영식 여사와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세 모녀가 상속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앞서 LG주식과 함께 5000억원 상당의 재산을 상속받았던 이들은 구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법정비율대로 상속을 주장을 하고 있다. LG가 ‘구광모 체제’ 이후 기분 좋은 약진을 거듭하던 상황에서 가족간 소송이 얼룩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가족간 대화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리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구 회장과 어머니, 동생들이 얽힌 소송은 LG家 최초의 상속 소송이다. 다른 국내 재벌들과 달리 LG家에선 장자 승계 원칙이 지켜지면서 상속에 대한 법적다툼이 없었다. 그 중심에는 "사람을 아끼고 서로 화합한다"는 창업주의 가르침, 인화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화의 정신으로 가족이 뭉치면서 지분 분할 보유에도 그룹지배력이 단일하게 유지되고 형제들의 계열분리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화’는 LG를 대변하는 핵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 소송제기로 이같은 전통에 오점이 남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족 간 소송이기 때문에 결과를 속단할 순 없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합의로 상속절차가 마무리된 지 5년여만에 제기된 소송이라 승산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결론 없이 재판만 길어지면서 그룹 이미지에 타격만 주고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대체 누구를 위한 소송이냐는 물음표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송인들 역시 이 같은 결과로 LG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인들은 소송을 멈추고 창업주가 전한 인화의 가르침을 되새겨 봐야한다. 100년, 200년을 위한 LG의 초석을 탄탄히 다지기 위한 중요한 시점에서 인화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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