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두 달여 앞둔 여수는 혼탁 넘어 ‘진흙탕’ 눈살

민주당 후보 간 서로 헐뜯으며 연일 공방
장봉현 기자 2024-01-24 10:00:36
4·10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여수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간 혼탁선거를 넘어 진흙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여수 갑지역에 출마한 이용주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포지구와 관련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단 한 푼의 손해가 없다고 강변하는 주철현 후보는 여수시와 시민들께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장봉현 기자.

4·10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전남 여수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간 혼탁선거를 넘어 진흙탕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책 대결이 아닌 네거티브 공방으로 서로 후보를 사퇴하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4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여수 갑지역에 출마한 이용주 예비후보는 지난 23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포지구와 관련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도 단 한 푼의 손해가 없다고 강변하는 주철현 후보는 여수시와 시민들께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여수 상포지구는 삼부토건이 1986년 12만5400㎡를 매립한 뒤 1994년 전남도의 조건부 준공을 받았다. 배수시설과 도로 등 기반시설을 만들지 못해 20여년간 사업이 중단됐다가 2015년 개발업체 A사가 용지를 매입해 개발을 재개했다.

A사 대표인 김모(52)씨가 주철현 예비후보의 5촌 조카사위로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었다.

기반시설 조성 책임을 둘러싸고 법정 분쟁이 발생했다. 여수시는 행정소송에서 1심, 2심 모두 패소해 사실상 향후 상포지구에 대한 기반시설 조성에 대한 책임과 수백억원의 비용을 온전히 부담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용주 예비후보는 ”현재 상포지구는 개발이 중단돼 황폐화된 상황으로 방치돼  도심지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실정”이라며 “그런데도 주철현 후보는 손해가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해괴한 논리를 펴고, 친인척이 하는 사업임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어 후보직을 건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주철현 예비후보는 지난 18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상포지구 책임을 묻는 질문에 “여수시와 시민들이 피해를 본 사실이 없고 대응할 가치도 없다”며 “이미 지난 선거에서 공개가 됐기 때문에 시민들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용주 예비후보의 상대 후보 공격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 19일 여수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5월 9일 당시 여수시장 선거에 출마한 새정치민주연합 김영규 예비후보 관계자 1명이 검찰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며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 예비후보는 “당시 추악한 정치공작이 있었다는 사실과 본인이 그 장본인임을 자인한 주철현 예비후보는 즉각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2014년 여수시장 선거 당시 정치공작 사건 의혹은 주철현 후보 측이 당시 상대방 선거캠프 구성원에게 고의적으로 금품수수를 유도한 후, 이를 검찰에 제보하고 상대후보 측 선거관계자를 구속시킨 정치공작 사건”이라며 “당시 사건은 사전에 철저히 기획 준비돼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던 사안으로, 이를 통해 주 후보는 경선에서 간발의 차이로 이겨서 여수시장에 당선됐다”고 주장했다.

이 예비후보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주 예비후보에 대해 후보직 즉각 박탈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앞서 주철현 예비후보는 최근 허위사실 공표와 명예훼손 혐의로 김회재(여수 을) 예비후보와 김 의원 측근, 이용주 예비후보 관계자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주 예비후보 측은 “이들은 최근 민주당이 ‘악질적 가짜 뉴스’라고 밝힌, ‘현역 평가 하위 20% 명단’에 주 예비후보가 포함된 내용을 문자 등으로 전파하거나 공개된 자리에서 밝히고, SNS에 게시해 다수에게 무차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여수 을지역도 네거티브 공방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다. 조계원 예비후보는 법원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결정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차장검사였던 김회재 예비후보를 겨냥해 “김 의원은 당시 1심 판결(무죄)에 대해 부당하다는 의견까지 제시하며 브리핑을 했던 것으로 보아,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에 상당한 관여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김회재 예비후보는 15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에 사과할 의향이 없냐”고 공개적으로 질문했다.

상대 후보의 과거 정치 이력과 경력 등을 두고도 신경전이 불거지고 있다. 최근 김회재 예비후보 지역구인 여수을 청년위원회 SNS 단체 대화방에는 조계원 예비후보가 과거 한나라당 소속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운 이력 등을 언급하는 비난글이 게시됐다. 대화방에 이 글을 올린 사람은 김회재 예비후보의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을 지역구 소속의 시의원들도 이 글을 SNS를 통해 공유했다.

고소와 비방전, 이슈 재탕, 이전투구 등으로 여수지역은 네거티브 선거전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예비후보의 갈등이 격해지자 지역에서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주민 B(63)씨는 “여수 발전을 위해 어떤 것을 하겠다는 정책은 없고 연일 기자회견을 열어 상대방을 비방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기가막히다”며 “싸우는 거 보기 싫어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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