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2차 차이나 쇼크 경계해야 

저가 상품 뒤덮은 1차 쇼크 때와는 차원이 달라
자동차, 밧데리 등 고부가 상품 저가 공세 대응해야
中불법 보조금 실태 조사 강화 등 대응 방안도 필요
빅터뉴스 2024-04-01 15:45:42
중국산 제품이 전 세계를 뒤덮는 차이나 쇼크(China Shock)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이나 쇼크는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계기로 중국산 저부가가치 상품이 전 세계 시장을 뒤덮은 것으로, 글로벌 교역 및 주요국의 산업 구조가 재편되는 등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이전 차이나 쇼크가 값싼 공산품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면, 이번에는 고부가 가치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일 자 기사에서 중국산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가전제품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해외 유입으로 과거와는 또 다른 차이나 쇼크가 진행 중이라 말하고 있다. 기사는 미국 등 서방이 중국을 경제적, 지정학적 경쟁자로 인식하고 전략 산업 부문을 재산업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이 분야에서 2000년대 초 차이나 쇼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수출을 강화한다고 있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중국산 공산품으로 넘쳐나면서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2000년 초 발생한 1차 차이나 쇼크는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미쳤는데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글로벌 제조업 지형의 재편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세계 각국의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생산 기지 이전을 촉진했다. 이 결과 고용과 생산 기반의 이전이 발생했으며,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지위를 얻었다.

둘째, 고용의 변화다. 중국의 제조업 성장은 글로벌 차원에서 고용의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주요 제조업이 중국으로 이동함에 따라 낮은 기술을 요구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앞서 언급한 WSJ의 기사는 1999~2011년 사이에 중국산 제품으로 인해 미국에서만 가구와 완구, 의류를 비롯한 산업의 종사자 약 2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있다.

셋째, 세계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다. 차이나 쇼크로 인해 미국 등 선진국의 일부 산업은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기도 했지만, 저렴한 노동력과 대규모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생산된 값싼 중국산 상품 덕분에 코로나 팬데믹 이전 시기까지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효과도 있었다. 결국 차이나 쇼크는 선진국 제조업의 경쟁력 상실과 지나친 중국의 의존도라는 부정적인 측면과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공존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그런데 이번에 닥칠 2차 차이나 쇼크는 이전과 비교해 사뭇 다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사실 1차 차이나 쇼크 때 중국산 저가 상품의 공습은 선진국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사양 산업 일부가 타격을 받았을 뿐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반면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소비가전 등은 선진국에서도 주력 산업 내지는 전략 산업이기 때문에 이전과 비교해 파장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각국은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한편, 관세 장벽을 높여 중국산 제품의 시장 유입을 경계하고 있다. 유럽은 중국산 전기자동차의 불법적인 정부 보조금에 대한 조사와 함께 징벌적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시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원호 박사


우리나라는 1차 차이나 쇼크 당시 중국 수출품의 중간재 공급을 통해 동반 성장하는 등 오히려 수혜국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으로 향하는 중간재 수출은 갈수록 줄어드는 반면, 국내⋅외 시장에서 중국산 고부가 가치 제품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해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 배터리 등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산 저가 전략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이들 품목을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미국, 유럽, 일본 등과 공조해 중국의 불법 보조금 실태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 등을 통해 2차 차이나 쇼크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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