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으로 자리 잡은 중국은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격년제로 글로벌 모터쇼를 개최하고 있다. 베이징 모터쇼는 중국의 수도에서 열린다는 상징성과 함께 중국 북부 자동차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신 차량 기술과 트렌드에 중점을 두는 전시회 성격이 강하다. 비즈니스 중심 도시인 상하이에서 개최되는 모터쇼는 중국 남부의 자동차 시장을 대표하며, 해외 자동차 제조업체 참여 비중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격년 개최의 장점은 필요한 비용을 나누어 부담함으로써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각 전시회가 일정한 규모와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두 전시회는 모두 세계 최대 규모로 개최되며, 중국은 물론이고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신차 출품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융합에 따른 모빌리티 산업이 커지면서 빅테크 기업의 참여도 늘고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 모터쇼는 이제 자동차 전시회 수준을 넘어 세계 최대의 가전 전시회인 CES와 더불어 첨단 산업과 제품이 경쟁하는 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개최된 ‘2024 차이나 모터쇼’는 올해는 베이징의 차례로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4일까지 열렸다. 이번 전시회에서 벤츠, 토요타,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신차 모델과 컨셉트카만 무려 120종 가까이 공개했다. 또한 완성차뿐만 아니라 배터리, 반도체, AI 기술 등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신기술들을 선보였다. ‘2024 차이나 모터쇼’의 성과는 디지털 융합의 최신 흐름 파악과 함께,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위상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24 차이나 모터쇼’의 특징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전기차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이다. 몇 년 전부터 글로벌 모터쇼에서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베이징 모터쇼에서는 전기차가 아닌 모델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뛰어난 성능과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들을 선보였다.
둘째, 자율주행 기술 또한 베이징 모터쇼의 중요한 테마로 다루어졌다. 다양한 레벨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한 차량이 출품되었으며, 레벨3 이상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차량이 언론과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웨이모(Waymo), 크루즈(Cruise), 바이두 아폴로(Baidu Apollo)와 같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기업들은 실제 도로 환경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선보여 상용화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셋째, 중국 자동차 산업의 눈부신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의 강화이다. 과거 내연기관차 시절 변방에 머물렀던 중국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심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의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다. 비와이디(BYD), 니오(NIO), 샤오펑(Xpeng)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기술 수준은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것을 알 수 있는 무대였다.
글로벌 모터쇼의 위상은 자국 자동차 산업에 비례해 왔다. 1960~70년대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황금시대로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중심에 있었다. 1980년대 일본과 독일 자동차 산업이 부상하면서 도쿄 모터쇼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디트로이트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중국이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국이자 생산국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글로벌 모터쇼의 무게추는 베이징과 상하이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Top3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갈수록 존재감을 잃어가는 서울 모터쇼와 이미 동네잔치로 전락한 부산 모터쇼를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모빌리티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우리나라 자동차 전시회로 눈길을 돌리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거센 공세에 맞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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