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라인 사태’ 뒷북친 한국 정부

日, 행정지도하며 네이버에 지분 매각 압박
韓, 뒤늦게 “우리 기업에 불이익 주며 안돼” 
부당한 대우 받는다면 정부가 산속히 나서야
빅터뉴스 2024-05-20 15:17:34
국내 IT 기업인 네이버가 개발해 일본을 비롯해 동남아 등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모바일 메신저 앱인 ‘라인’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2023년 11월 일본 라인에서 개인 정보 51만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이에 일본 총무청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각각 50% 지분을 가지고 투자해 설립한 ‘라인야후’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행정 지도 명령을 내렸다.

지난 3월 15일의 1차 행정 지도는 정보 유출에 대한 경위 파악과 함께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위탁업체인 네이버에 상당한 자본 지배를 받는 관계를 재고하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4월 16일에 나온 2차 행정 지도는 라인야후가 4월 1일 제출한 조치 사항이 불충분하다면서 “자본 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을 강조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 지분 매각에 개입한 것으로 지금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나서 조사에 착수하는 등의 조치는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일본 정부가 외국 기업에 해당하는 네이버에 책임을 물어 지분을 조정(매각)하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의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반면 우리 정부는 사태 초기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심지어 일본 총무성의 해명 인터뷰를 한국특파원단이 거절하자 우리 외교부가 서울의 한 언론사를 연결해 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통령실도 처음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라인 사태가 언론에 보도되자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 기업의 의사에 조금이라도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하면서, 네이버의 입장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면 네이버의 입장과 관계없이 신속하게 일본 정부와 접촉해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 맞다. 특히 우리 정부가 “지분 매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해명을 믿는 듯한 태도를 보여 실망감을 안겼다.

하지만 일본의 해명과는 달리 네이버가 일본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지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네이버 노조도 가세해 “한국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기술을 탈취당하고, 한국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호하게 대처해달라”고 했다. 특히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국내 근로자들의 고용이 불안해진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국내 여론은 ‘반일 감정’을 부추기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났다.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인지한 대통령실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섰다. 성태윤 실장이 네이버의 입장을 기다린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정해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네이버가 지분 매각을 하지 않더라도 일본 정부가 우리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강경 노선으로 돌아섰지만 어딘가 모르게 뒷북을 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일본의 거짓 해명과 우리 정부의 매각 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네이버가 결국은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 수준의 매각을 통해 네이버가 일본 비즈니스를 포기하는 대신 동남아 시장에서 기존의 비즈니스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타협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분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면 실리를 취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이원호 박사


라인사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좋지 않다. 먼저 일본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 기업의 문제를 정부가 나서 지분 매각을 강요했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우리 정부는 초기에 네이버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우왕좌왕하다 여론에 떠밀렸다는 인상을 주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은 세계 각국에 수많은 투자를 통해 쌓은 신뢰에 금이 가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네이버가 가장 큰 피해자다. 오랜 시간 공들여 온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송두리째 뺏길 위험에 처한 것이다.

최근 들어 AI의 급속한 발전과 첨단 산업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한·미·일 반도체 동맹 등 빅테크 기업 간 협력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번 라인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가 기업의 비즈니스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 기업이 상대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정부가 산속하게 나서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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