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장밋빛 경기 전망에도 소외되는 민생

수출 회복세에 GDP 전망치도 2.5%로 상향
서민들 물가상승, 실질근로소득 감소로 고통
가계 소득 증대 재정 정책 방안 강구해야
빅터뉴스 2024-06-03 15:51:55
장기 침체 우려를 보였던 우리 경제가 최근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분기 GDP 성장률이 수출 회복과 민간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3.4%(전기 대비 1.3%) 성장했다. 전분기인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을 소폭 웃돌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치보다 높은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수출과 민간 소비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를 깨고 건설 부문도 호조를 보여 성장률 상승에 기여한 것이 특징적이다.

1분기에 이어 2분기도 성적이 괜찮은 편이다. 반도체 업황의 회복과 수출 호조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산업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81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이다. 무역수지도 50억 달러 흑자를 내면서 4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저 효과가 있기는 했지만 반도체 호조가 수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출 회복세가 뚜렷하고 우려했던 소비도 개선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GDP)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앞서 KDI와 OECD도 당초 2.2% 성장에서 2.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IMF는 1월에 발표한 기존 전망치인 2.3%를 유지했으나, 주요 선진국 중에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국내외 기관 모두가 연초에 비해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데 힘을 싣고 있다.

경기 전망과 관련해 KDI는 ‘2024년 상반기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세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는 올해 반도체 경기 상승과 내년 고금리 기조 완화에 힘입어 높은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민간 소비는 더디게 회복하거나 정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에서 민간 소비 부문이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소비 부문의 부진에서 알 수 있듯이 장밋빛 경기 전망과 대조적으로 서민의 생활은 더 팍팍해지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의 증가가 고물가를 따라가지 못해 실질 소득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목 소득이 1.4% 소폭 증가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3.0%에 달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실질 근로소득은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인 3.9%나 줄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1.3% 깜짝 성장과 대내외 기관들의 경기 전망의 상향 조정은 통계적 숫자가 말해주기 때문에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정부가 경기 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도체 착시 현상’을 지적한다. 반도체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수출과 설비 투자가 늘어나 경제 상황이 왜곡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실질 근로소득이 감소한 원인을 지난해 대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상여금 감소 영향이 컸다고 밝히고 있는 만큼 대부분의 기업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원호 박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로 서민이 느끼는 소외감과 절망감은 크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경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을 때 가계도 기꺼이 동참한 고통 분담의 대가를 홀로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실질 소득의 감소는 현재 상승 조짐을 보이는 경기 전망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가계 소득의 감소는 소비를 위축과 내수 악화를 야기해 결국에는 경기 상승의 선순환을 저해한다.

가계 소득이 바로 정부가 항상 이야기하는 ‘민생’이므로 정부는 가계의 실질 소득 감소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들썩이는 물가를 억제하는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계 소득을 늘릴 수 있는 재정 정책 방안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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