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맛 현란한 손기술에 좌우되지 않아"

⑦ 김태환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Coffee Barista Championship) 심사위원장
"일관된 커피 추출 태도와 창의성 돋보여야"
신진호 기자 2024-08-02 13:56:10
김태환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Coffee Barista Championship) 심사위원장.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Summer&Fall Season)'가 오는 10월 5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시흥시 은계호수 일대에서 열린다.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는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과 세계커피로스팅챔피언십 등 7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빅터뉴스는 WCC 대회 진행 방법과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부문별 심사위원장을 연속적으로 인터뷰했다. 

일곱 번째로 김태환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Coffee Barista Championship) 심사위원장을 만나 대회 취지와 참가 방법 등을 물었다.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은 무엇을 겨루는 종목인가.
"커피 전문가라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기술과 지식, 나아가 응용력과 창조력을 겨루는 종목이다. 커피로 만들 수 있는 음료가 수없이 많지만, 커피전문점의 메뉴들 가운데 원류를 따져가면 90% 이상이 에스프레소다. 머신으로 에스프레소를 만드는 공간을 바(bar)라고 부르고, 그 안에 서서 고객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음료를 만드는 직업인이 이탈리아어로 바리스타(barista)다. 따라서 이 종목은 커피 원두의 향미적 잠재력을 잘 파악해서 에스프레소를 통해 맛을 표현해 내고, 이들 토대로 카푸치노 또는 카페라테를 제조하는 능력을 겨루게 된다. 우승컵을 차지하려면 창작 음료도 잘 만들어 내야 한다."

-바리스타대회가 꽤 많은 듯한데, 이 대회의 차별점이 무엇인가.
"국내에서 다양한 바리스타대회가 열리지만, 한국이 주도하는 세계적 수준의 대회라는 자부심을 주는 것이 WCC(세계커피대회)의 가치다. 사실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제적인 단체가 주최하고 각 나라가 참여하는 바리스타대회는 없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에서 국제바리스타대회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없는 실정이다. 부산시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진행하는 대회도 미국의 민간단체인 SCA(스페셜티커피협회)가 개최하는 월드바리스타대회다. 안타까운 일이다. 왜 우리가 세계적인 대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남의 밥상만 차려 주고 있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경기도와 시흥시가 주도하는 이 대회는 세계를 지향하는 한국 커피전문가들의 포부를 담아냈다. ‘가장 한국적인 바리스타가 가장 세계적인 바리스타다’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려 자긍심을 주는 동시에 세계적 기준의 눈높이에서 대회를 진행함으로써 국제 규모의 대회로 키워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5월 겨울-봄 시즌 세계커피바리스타챔피언십(World Coffee Barista Championship) 결선에서 3등에 오른 신명월씨가 커피 가루를 포터필터에 담은 뒤 탬핑(Tamping)하고 있다.  

-이 종목은 어떤 측면에서 커피 문화에 이바지하는가.
"선수들의 동작을 보면 요란하지 않다. 대부분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커피 가루의 굵기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정량을 담아 주어진 시간 동안 성분을 추출한다. 이러한 동작이 마치 영상을 되감기 해서 보는 것 같다. 일관성이 완벽에 가깝다. 같은 커피라면 추출할 때마다 똑같은 동작을 하게 된다. 그 동작이 해당 커피의 향미 성분을 가장 올바르게 이끌어 내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많은 분이 커피의 맛은 바리스타의 기교한 동작이 아니라 커피 자체가 좌우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다. 바리스타는 단지 주어진 커피의 향미를 표현해 내는 전문인일 뿐이다. 흔히 '커피의 맛은 하늘이 내린다'라고 말한다. 바리스타가 할 일은 커피 원두마다 개성에 맞게 잘 이끌어 내는 추출 공식을 찾아내는 것인데, 에스프레소라면 그 범위가 그렇게 넓지 않다. 중요한 것은 찾아낸 공식을 매번 똑같이 수행하느냐인데, 이를 위해 바리스타는 커피의 굵기와 추출 시간 등 변수를 일관성 있게 통제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보면서 우리는 알게 된다. 커피의 맛이라는 게 한 개인의 현란한 손기술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선수들에게 대회 참가의 경험이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바리스타가 기술을 연마하고 지식을 쌓아가는 것은 건강한 한 잔의 커피를 완성하기 위한 치열한 자기 계발의 과정이다. 건강한 커피란 육체적 건강을 위해 생리활성 물질을 한 잔에 많이 담아내고, 정신·정서적으로 향미가 좋은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좋은 커피 원두를 선별하는 안목이 있어야 하며, 에스프레소 추출 과정도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들이 모자라지도 넘쳐나지도 않게 적절한 범위를 지켜야 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어쩌다 한 번 좋은 커피 음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같은 커피를 만들어 내는 일관성이 요구된다. 바리스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이런 요소들을 거의 완벽에 가깝도록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목표로 훈련하는 과정이 바리스타를 더욱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믿는다."

-대회 참가 신청 절차와 방법은.
"8월 9일 오후 6시까지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뒤 제출하면 된다. 예선 참가를 위해 8만원을 내야 하고, 본선에 진출하면 다시 8만원을 내고 등록해야 한다. 예선 대회는 8월 22일과 23일 경기도 시흥시 은계중앙로에 있는 ‘아마츄어작업실’ 1층에서 진행된다. 본선은 같은 장소에서 9월 8일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대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규정집을 내려받아 참조하면 된다."

-본선과 결선 일정과 준비사항은.
"선수들은 대회조직위가 지정한 생두 5종을 별도로 구매해 훈련해야 한다. 지정 생두의 특성을 파악해 싱글이나 블렌딩을 해서 커피를 추출하면 된다. 예선에서는 에스프레소 2잔과 밀크베이스 2잔을 제조해 제출해야 한다. 본선과 결선에서는 창작 음료 2잔을 제조해 평가를 받게 된다. 예선에서는 동작에서 작은 실수라도 하면 본선 진출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과한 선수들이 경쟁하는 본선에서는 동작의 일관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창작 음료의 창의성과 그에 대한 스토리텔링에서 우열이 가려진다. 본선 진출자 전원에게는 입상 인증서(PDF)가 수여된다. 결선을 거쳐 상위 3명이 가려지는데, 이들에게는 상패와 시흥시장상이 수여된다. 우승자에게는 'CIA플레이버마스터 교육 과정'을 등록하고 수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비용으로 치면 1000달러(한화 138만원)에 달한다. CIA는 미국 뉴욕에 있는 세계적 명문 요리대학교다. 강의는 서울에서 진행된다. 다만 우승자가 자격증 시험에 응시한다면 온라인 등록비와 필기 시험비(25만원)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대회를 치르면서 인상 깊었던 순간을 소개한다면.
"한국이 주도하는 WCC는 다양한 사연의 분들이 선수로 참가하는데, 지난 5월 겨울-봄 시즌 대회에서 환갑이 넘은 군산지역의 커피 전문가가 출전해서 준우승했다. 그 열정에 놀랐고,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삶과 함께 길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데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올해도 '실버 선수'들이 많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또 연변에서 온 조선족 여성 선수가 3등을 했는데, 입상하고 활짝 웃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대회가 명실공히 세계의 커피 전문가들이 고루 참가하는 국제적인 대회로 발돋움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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