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힐링이며 나눔이예요”

하기리커피 박윤미 대표 
“지친 몸·마음 커피가 치유”
커피 공부하다 카페 인수
로스팅할 때 가장 행복
신진호 기자 2024-09-26 08:32:09
하기리커피 박윤미 대표가 로스팅을 하기 전 스쿱(Scoop)에 담긴 생두의 산지와 품종, 재배농가 등을 설명하고 있다.  

하기리커피 박윤미(49) 대표에게 커피는 힐링(Healing)이다. 사회복지사를 하다 13년 모 업체에서 일한 그는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동료 간 갈등, 협력업체 관리 등 한순간도 마음 편한 시간이 없었다. 하 대표는 “회사에서 일할 때 ‘모든 사람을 믿지 말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다”며 “이권이 걸린 일이니 사람을 경계해야겠지만, 그 누구와도 편하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누적된 스트레스는 결국 그의 몸을 무너트렸다. 장이 마비되면서 응급실로 이송됐고, 의사는 한 달 정도 휴식을 권고했다. 하지만 회사는 일이 급하다고 박 대표에게 SOS를 보냈다. 서둘러 수술을 하고 사무실에 복귀했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나’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이 같은 ‘인생 최악의 순간’에 커피를 만났다. 박 대표는 동네 친구와 강아지 산책을 시키다 의왕시에서 주관하는 커피 교실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별 생각 없이 등록했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순수함에 매료됐다. 박 대표는 “제가 10여 년간 보아온 것은 서로를 겨냥하는 대립과 갈등이었는데, 여기(커피 교실)서는 강사님과 수강생 모두가 모르는 부분을 채워주고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었다”며 “사람 만나고 나누어 주길 좋아하는 제 모습을 커피가 다시 일깨워 주었다”고 회고했다.     

커피에서 삶의 힘을 얻은 박 대표는 과감히 사표를 내고 덜컥 커피 가게를 인수했다. 박 대표는 “사실 커피 가게를 인수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간 안 맞는 옷을 입고 힘들게 살았는데, 커피가 지친 저를 위로해 주면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었다”며 “커피 공부를 계속하면서 ‘내가 가야할 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말 백운호수 인근 하기리원두상회를 인수한 박 대표는 손님들이 편하게 카페에서 머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도록 바(Bar)의 위치를 바꾸고 화단에 데크를 설치하는 등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했다. 2개월의 작업 끝에 최근 리오픈(Reopen)하면서 가게 이름을 하기리커피로 바꾸고 메뉴도 개발했다.

하기리커피의 시그니처(Signature)인 하기리(오른쪽)는 두유를 사용해 속이 편안하면서 달지 않아 인기가 높다. 생강청을 직접 만들어 내놓는 생강도라지배차는 계피 스틱(Stick)을 넣어 은은한 향긋함이 오래간다. 

하기리커피의 시그니처(Signature)는 리스트레토(Ristretto)에 두유를 넣고 우유 거품을 얹은 뒤 다크 초콜릿 파우더를 살짝 뿌려 만드는 하기리다. 두유를 사용해 속이 편안하면서 달지 않아 인기가 높다.

카페인에 민감해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생강청을 직접 만들어 내놓는 생강도라지배차도 반응이 좋다. 계피 가루를 뿌지지 않고 계피를 스틱(Stick)으로 차에 넣어 줘 은은한 향긋함이 오래간다. 

하기리커피의 바스크 치즈케이크. 시폰(Chiffon)케이크처럼 부드럽고, 석류와 라즈베리 등을 혼합해 만든 수제 소스로 드레싱해 상큼하다.

바스크 치즈케이크 또한 여는 빵가게나 카페에서 파는 것과 다르다. 바스크 치즈케이크 특유의 꾸덕하기보다는 시폰(Chiffon)케이크처럼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는다. 스모키(Smoky) 향도 치즈케이크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을 만큼만 느껴진다. 석류와 라즈베리 등을 혼합해 만든 수제 소스는 자칫하면 먹을수록 부담스러워질 수 있는 치즈케이크의 느끼함을 잡아 줘 신선함과 상큼함을 더해준다.

박 대표가 카페에서 가장 설레는 시간은 로스팅 때다. 매일 아침 커피콩을 볶는 그에게 어느새 로스터(Roaster)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하기리커피 박윤미 대표가 로스팅을 하면서 샘플러로 원두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로스터가 따뜻하잖아요. 손을 로스터에 대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 지면서 미소가 절로 나와요. 팝핑(Popping)이 언제될 지 기대하면서 살며시 로스터에 귀를 대보기도 하죠. 따뜻한 로스터기가 돌아갈 때 아무 생각없이 멍때리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느껴요.”


박 대표는 특히 스페셜티(Specialty) 커피 로스팅 시간에 손님이 오면 갓 볶은 커피콩을 아낌없이 테이스팅해 보라며 봉지에 담아준다. “귀한 것이니 저만 마셔보기 너무 아깝잖아요”라며 박 대표는 웃음 지었다. 그러니 박 대표에게 커피는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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