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우리 경제가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며 경기 개선이 다소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째 내수가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KDI가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는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며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서비스 소비도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에 그치는 등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다. 특히 티몬과 위메프 사태 이후 온라인 쇼핑 서비스 거래액도 크게 감소해 소비 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다고 지적한다. KDI는 지난달 이미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3%p와 –0.1%p 하향조정한 바 있다. 내수 부진이 경제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비해 기획재정부는 내수 부진의 장기화와 관련해 점차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상반기부터 내수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으며, 최근에도 하반기 이후 내수 소비 증가율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복세를 보이는 수출이 내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세금 감면과 소비 진작 캠페인 등 정부의 내수 진작 정책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DI와 기재부가 내수 부진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경제 지표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DI의 경우 국책 연구기관으로서 중립적인 시각에서 경제 현황을 분석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추세와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한다. 이에 따라 KDI는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부담 증가, 서비스업 생산 감소 등 구조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내수가 장기간 부진하다고 지적한다.
반면 기재부는 경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 정부 정책의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주요 경제 지표 중 일부에 집중한 변동성을 강조하는데, 수출 호조가 내수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기재부의 낙관적인 전망은 아직 뚜렷한 지표 개선을 수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KDI의 분석에 다소 힘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내수 부진의 장기화는 성장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이 되는 등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내수 부진은 단순한 소비 위축에 그치지 않는다. 내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특히 소매 판매와 서비스업은 수출과 함께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고금리 기조로 인한 소비와 투자의 감소는 고용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KDI는 지난 8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제시하며 기존 전망치(2.6%)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 수출 부문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가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은행도 같은 달 22일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5%에서 2.4%로 0.1%포인트 낮췄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줄고, 기업의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내수 부진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금리 기조를 완화하는 통화정책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 강화, 기업의 투자 활성화 등을 통한 내수 촉진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가계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지원을 확대하여 내수와 민생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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