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미·중 갈등 격화 속 우리의 전략은
2024-11-18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글로벌 경제와 통상 환경에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강하게 추진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가 더 강하고 독해진 ‘트럼프 2.0’으로 부활을 예고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ICT 분야 등은 미국과 직접 경쟁 내지는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어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가장 먼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미·중 무역 전쟁을 포함한 중국과 경제 전쟁의 재점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공언한 바와 같이 중국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와 기술·투자 규제 조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18년 당시 철강, 알루미늄, 전자제품 등을 중심으로 약 5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가 있는데, 이번에는 60%에 달하는 초고율의 관세를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기업도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등은 수출 감소가 불가피해 대체 시장 개척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 산업 보호 움직임에 따른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도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임기 중 철강, 반도체, 자동차 등 미국의 핵심 산업에 대해 보호 정책을 강화했다. 철강의 경우 2018년 수입 철강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초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일부 국가들에 대해 관세 부과를 유예했지만, 이후 쿼터제를 도입하면서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이 약 30% 감소하는 등 영향을 받았다. 재집권으로 철강은 이전과 같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돼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지난번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당시 실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산 60% 관세와 더불어 보편 관세 20%를 내세우고 있어, 수입 자동차에 대해서도 고율의 관세를 다시 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우리 자동차 업계는 생산 거점의 현지화 요구와 비용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2023년 미국에 약 80만대를 수출해 최대의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어,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대미 수출에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산업의 변화도 관련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 에너지 산업을 선호하는 성향이 강해, 신재생 에너지보다 석유나 가스 산업에 더 큰 비중을 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전임 기간 동안 미국의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주도하고, 신재생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는 등 전통 에너지 산업을 장려했다. 이는 향후 우리나라의 신재생 에너지 기업들은 미국 시장으로 진출 기회가 축소되거나 시장 내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유럽과 아시아의 탄소중립 목표가 유지되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략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인한 향후 변화의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 기업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러 가지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먼저 대미 투자 확대와 현지 생산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 내 생산 공장을 확장함으로써 관세 부담을 줄이고 현지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와 유럽,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미국과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의 경제 구조를 재편해 글로벌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미국으로 투자 확대를 계기로 미국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ICT 등 첨단 산업 분야에 대한 R&D 투자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안정성 확보와 현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한국 경제와 우리의 주력 산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향후 변화 양상을 촘촘하게 파악해 철저하게 대비하고 유연하게 대응해 위기를 기회로 살려 나가야 할 것이다.
이원호 비즈빅데이터연구소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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