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경제톡> 철강·자동차 등 대미 수출 빨간불
2024-11-11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은 국제정세, 특히 미·중 관계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중국을 ‘미국의 가장 큰 위협’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대중국 정책을 공언해왔다. 보편 관세 20%와 별개로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60%의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 기업의 중국 내 투자 금지를 포함한 강력한 대중국 조치를 시사하며 대중국 경제 압박의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적 타격과 국제적 고립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이 다시 고조될 경우, 이들 두 국가에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은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된 후 공식적으로는 "미국과의 협력을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명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의 주요 관영 매체들은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의 정책을 ‘냉전적 사고방식의 반복’이라고 평가한다, 또한 미국의 관세와 경제 재제가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충격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의 기술 자립과 경제적 내구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트럼프 2.0’에서 예상되는 대중국 정책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고율 관세와 기술 제재다. 중국의 주요 수출품과 첨단기술 산업에 대한 관세와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중국 경제를 압박할 것이다. 둘째, 중국 의존도 감소 추진이다. 미국 내 제조업 복귀를 장려하고, 동맹국들에게 중국산 제품 사용을 제한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셋째, 반(反)중국 동맹 강화다. 중국 견제용 경제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의 협력 강화로 중국을 국제적으로 고립시켜 나락 것이다. 이를 통해 미국과 중국 간 경제적 연결을 점진적으로 단절하는 탈동조화(Decoupling)를 가속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중국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경제적인 면에서 내수 시장 확대와 첨단 기술 자립 달성이다. 지난 트럼프 정부에서 고율 관세로 중국 경제가 크게 타격을 입었던 만큼, 이번에 미·중 관계가 악화되더라도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대내적으로 민간 소비 및 투자를 확대하고 대외적으로는 첨단 산업과 고부가가치 상품의 수출 확대를 지향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의 강화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국제 관계적인 면에서 다자 외교와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중국은 차기 트럼프 정부가 고립주의적 외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이 빠지는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즉, EU, 일본, 러시아, 중동 국가 등 주요 경제 파트너들과 협력 강화를 통해 대미 경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방향을 돌린다는 것이다. 최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관세 장벽을 높이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는 대립보다는 상황을 조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압박에 직면해 EU와 중국의 관계가 한층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미국과의 협력 여지를 열어두는 ‘평화적 공존’ 방식의 모색이다. 중국은 겉으로는 미국과의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며 갈등을 피하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강력한 대중국 통상 정책을 펼치더라도, 중국이 미·중 관계의 전면적 악화를 피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는 지난 트럼프 정부 시절 무역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중국의 경제·무역 관계가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트럼프 식 압박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립 속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치고 있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를 60%로 올린다면 중국 수출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중국으로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중 기술 경쟁의 여파로 그동안 중국과 초격차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이 중국에 빠르게 따라 잡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등 우리가 기술적 우위에 있는 분야에 대해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의존도가 높았던 중국과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남아, 유럽, 중동 등으로 시장 다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재출범은 미·중 갈등을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우리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글로벌 정치·경제 환경에 신속하고 유연한 정책적 대응을 수립이 시급하다.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