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퇴직을 앞둔 직원을 특정업무와 관련이 없는 비현업부서 배치하는 등 경력세탁을 통해 금융기관에 재취업시킨 정황이 포착됐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본인이 5년 이내 근무했던 부서와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기관 등에 3년 간 취업할 수 없다. (2015년 3월 30일 이전 퇴직자는 2년 간 업무 연관성 있는 기관에 취업 불가)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재취업 심사를 받은 금감원 퇴직자 77명 가운데 문제의 기간 내 금융기관과 업무연관성이 없는 비현업부서에 배치돼 경력관리를 받은 직원은 65명, 이 중 50명은 은행권·보험사·카드사 등 금감원의 감독대상기관에 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로 2014년 말 금감원 부국장으로 퇴직한 김모씨는 석 달만에 모증권 상무로 재취업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전(前) 5년 동안 증권사 감독 업무와 무관한 총무국 등 비현업 부서를 거쳤다는 이유로 재취업에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5년 이전 기록을 살펴본 결과 김모씨는 증권검사국 등 증권사 감독 경력만 8년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조직적 경력 세탁의 정황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 모은행에 재취업한 신모 상임감사위원은 같은해 2월에 금감원 금융혁신국에서 근무를 하다가 퇴직했다. 그는 2011년에 은행서비스총괄국에서 근무하는 등 은행 유관 업무에 종사했으나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비현업부서에서 근무하는 식으로 경력을 세탁해 은행 취업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김종석 의원을 보고 있다.
김종석 의원은 "이러한 문제는 검찰이 수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 재취업 비리와 다를 바 없어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측은 "퇴직 전 일정기간 동안 현업에서 배제하는 것은 자연스럽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종석 의원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하기에는 경력세탁의 정황이 보이는 퇴직자의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의원은 "수십년 동안 금융감독기관에서 전문성을 쌓은 고액연봉의 경력자들을 퇴직 전 몇년 간 동일하게 현역에서 배제하는 것은 재취업을 위한 경력관리로밖에 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종석 의원은 "공정위 재취업 비리의 경우도 처음에는 의혹 제기 수준이었으나 정작 수사를 통해 조직적 행태가 밝혀진 것인데, 거의 판박이에 가까운 금감원의 편법 재취업 정황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 등을 통한 규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감원 간부 출신 인사의 금융기관 재취업 사례 ⓒ김종석 의원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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