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400조원을 돌파하면서 가계부채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내년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과 같은 대외 리스크 요인이 지속될 경우 이자 폭탄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진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11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01조933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1,736억원 증가했다.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은행 주택담보대출이 한달 새 4조원 이상 불어난 것은 2016년 8월(4조3,487억원)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이는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가 적용되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10월 31일부터 대출의 원리금을 계산해 합계가 연 소득의 70%를 넘으면 대출 심사를 까다롭게 하고, 90%를 초과하면 사실상 대출을 거절하도록 DSR 규제를 강화했다.
일부 차주들은 은행의 대출 승인이 1개월 간 유효하다는 점을 이용해 매매계약을 앞당겨 대출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주택담보대출 확대 영향으로 지난달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566조3,473억원으로 전월보다 5조5,474억원 늘어났다. 정부가 각종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지만 대출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문제는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전체가 경제리스크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시중금리와 수신(受信)금리가 잇따라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연평균 금리는 이미 5%를 넘어선 상황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10월에 취급한 일반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전월 대비 0.15%p 상승한 5.02%로 집계됐다. KEB하나은행의 일반신용대출 평균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은 2015년 외환은행과 합병 이후 처음이다.
KB국민은행(0.11%p 상승), NH농협은행(0.07%p 상승), 우리은행(0.04%p 상승) 등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도 올랐다. 지난해 은행권 대출 금리 인하를 주도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상승폭도 가파르다.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욱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출 금리가 줄줄이 인상되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한계 차주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빚 갚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고위험가구는 34만6,000가구로 전체 부채 가구의 3.1%를 차지했다.
고위험가구란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비율(DSR)이 40%를 초과하고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I)가 100%를 넘는 가구를 의미한다. 만약 대출금리가 1% 상승할 경우 고위험 가구 비중은 3.5%로 증가하게 된다. 수치로 환산시 39만가구가 부채를 갚는데 어려움이 있는 고위험 가구에 해당하게 된다. 대출금리가 2% 오르면 고위험 가구는 4.2% 증가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금융 안정을 명목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강행하면서,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서민들은 기존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대출을 받은 서민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나 한계 중소기업 등 취약한 경제주체들이 갚아야 하는 이자도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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