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살다 태풍에게 힘내라고 빌어보긴 처음", "태풍이 광복절 특사인가",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영혼이 보내주신 듯".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 제10호 태풍 크로사가 일본을 지날 것이라는 기상 예측을 보도한 기사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렸다.
그림1은 이달 7일부터 13일까지 제목에 '광복절'이 들어간 네이버 인링크 기사들에 달린 댓글에서 자주 언급된 키워드 20개를 뽑아 워드클라우드로 나타낸 것이다. 이 중 키워드 '태풍'과 '크로사'가 언급빈도에서 각각 2위와 15위에 올랐다.
제목에 '광복절'이 들어간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 '태풍'과 '크로사'가 자주 언급된 이유는 '광복절에 태풍 일본 상륙'이라는 기상 예보에 수많은 네티즌들이 반일 감정이 섞인 댓글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11일 국민일보 <"광복절에 일본 관통"… 제10호 태풍 '크로사' 어디로 가나>란 기사에서 순공감이 가장 많이 표시된 댓글은 "독립을 위해 순국하신 선열들이 신풍을 몰고 일본으로 들이닥치는 거다"라고 썼고, 공감이 760회 비공감이 170회 표시됐다. 또 12일 연합뉴스 <태풍 '크로사' 일본 향해 북상…광복절 규슈 상륙할 듯>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도 역시 순공감이 가장 많은 댓글은 "아베 관사와 일본 국회를 털어버려라"라고 해 610회 공감을 받았다. 비공감은 20회에 그쳤다. 기사에서 순공감 2위와 3위에 오른 댓글 역시 반일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난 글이었다. "살다살다 '태풍아 힘내라' 라고 빌어보긴 처음", "광복절 기념으로 삼회 연속으로 (일본을) 때려줘라. 역대 최고 태풍, 역대 최고 지진, 역대 최고 해일"이라고 적고 있었다.
네티즌들의 이 같은 상식 밖의 댓글에 자제를 촉구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한 누리꾼은 '광복절에 태풍 일본 관통'과 같은 기사 제목은 "댓글창에서나 볼 수 있는 기사제목이다. 언론이 이상하다"라며 반일감정을 조장하는 듯한 일부 언론의 태도에 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국민들을 어디까지 몰고 가려 이런 자극적인 제목을 붙이나"라며 "이기적인 정치인들의 꼼수에 편승하는 언론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국민들만 힘들어지게 생겼다"라는 댓글은 공감을 270회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비공감도 90회 달렸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커지기를 바란다는 댓글이 쏟아지는 것에 반대하며 "일본의 평범한 국민들에 상처가 되는 댓글은 자제합시다"라는 글도 있었으나 공감이 21회에 그쳤고 비공감도 7회 표시됐다. "토착왜구들은 안절부절 못하겠네"라며 이웃 국가에 태풍피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을 덮어놓고 비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또 "일본인들만 피해가 가고 교포들은 피해 없기를 바란다"는 글에도 공감이 230회, 비공감이 10회 달렸다.
한편,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 태풍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일본 가고시마 남동쪽 약 600km 부근 해상에서 시속 11㎞로 서북서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15일 오전 규슈 동쪽을 지나 혼슈에 상륙해 오후에 동해안으로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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