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들의 배달 경쟁이 가열되면서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속도 경쟁에 내몰린 배달원의 안전 문제는 물론 골목상권이 사실상 배달플랫폼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대기업간 출혈경쟁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성으로 과거 오프라인에서 비판이 거셌던 골목상권 침탈 경고음 마저 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할 것 없이 배달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이는 코로나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대책이 지속되면서 배달 시장이 급성장한 탓이다.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배달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 규모로, 2019년(9조7328억원) 대비 78.6% 급증했다. 배달 서비스를 개시하는 업종도 음식점은 물론 빵집, 편의점, 뷰티전문점 등 유통업계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속도 경쟁으로 ‘분 단위’ 배달 경쟁까지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음식 주문과 장보기를 할 수 있게 됐지만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먼저 빨라진 속도 만큼 배달원의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배달종사자 산재보험금 신청현황’을 보면 지난해 산재 신청건수는 2275건으로 2018년(618건)의 3.7배로 늘었다. 최근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도 “배달앱들이 배달노동자의 근무환경에 대한 고려 없이 속도 경쟁에만 열을 올리면서 노동 강도만 높아지 사고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영업자의 하청화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배달앱 리뷰 문제에서 볼 수 있듯 배달앱의 고객인 자영업자가 오히려 배달앱의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치킨집 점주 A씨는 “매출 올리자고 배달앱을 이용한 건데 점점 거꾸로 가고 있다”며 “배달앱들은 고객인 자영업자 장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수익 올리는 쪽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골목상권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대기업간의 배달을 활용한 초저가 마케팅 경쟁이 지속되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영세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시장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많은 식자재업계나 지역별 중소 마트의 경우 배달앱의 장보기 사업 강화나 대형마트의 배달사업 강화로 실적 타격을 입고 있다.
소상공인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배달이 생존의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으로 밀려들어오고 있다”며 “이는 결국 골목상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는 재벌가에서 빵집을 철수하고 대형마트 입점시 영세 상인과 지역 상권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온라인과 디지털, 배달이 결합돼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탈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비판의 목소리 하나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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