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CEO 가운데서 아직 연임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도전하고는 있지만 "옵티머스 사태에 책임은 지지 않고 연임만 욕심내는 사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직원들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옵티머스 사태로 소비자 신뢰도에 금이 간 상황에서 누구보다 내부 사정을 잘 알 수밖에 없는 직원들까지 그에 대한 강한 불신을 쏟아내고 있는 셈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오는 2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 첫 회의를 소집하고 향후 차기 사장 후보 선출 일정 등을 논의한다. 임추위는 사장 후보군을 추리고 압축한 뒤 내달 께 최종후보를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금융지주 계열사 대표는 지주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NH투자증권은 독립적으로 사장을 뽑는다.
관전 포인트는 정 사장의 3연임 성공 여부다. 정 사장은 지난 2018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2020년 연임에 성공했다.
애초 정 사장은 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책임론으로 임기만료와 함께 하차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됐다. 옵티머스는 우량 공공기관의 매출채권에 투자한다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뒤 부실기업 사모사채 등에 투자해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으로 NH투자증권은 펀드 전체 판매액의 43%인 6500억원을 팔아치웠다. NH투자증권 뿐만 아니라 NH농협 전체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검찰이 옵티머스 관련 사기·배임 혐의와 관련해 정 사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통보하면서 연임 가능성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증시활황으로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지난해 NH투자증권은 3분기만에 누적 순이익 7900억원을 돌파하면서 연간 기준 사상 최대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부실펀드 판매라는 부실경영의 책임론에서 온전히 빠져나오기는 힘들다. 특히 NH투자증권 직원들은 그의 연임 이야기가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NH투자증권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19일 서울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옵티머스 사태에 책임은 지지 않고 연임만 욕심내는 사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 사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옵티머스 펀드를 회사에 소개한 사람이 정 사장이었다"며 "이러한 사실은 판매 직원과 펀드 가입 고객을 경악하게 했고 NH투자증권 이미지는 증권업계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조합원을 대상으로 정 사장 연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임 반대 67%, 연임 찬성 33%로 나타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사실상 회사를 위해 정 사장이 사장직을 더이상 수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아울러 정 사장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에서 문책 경고를 받았으며 현재 금융위원회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사건에 대해 금융당국이 면죄부를 주는 결정을 해서는 안된다는 비판여론이 강한 상황이다.
회사 측은 "최근 임단협 과정에서 성과급과 임금인상률 등의 무리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노조가 CEO 임기만료 시점에 맞춰 강경 투쟁 기조로 선회한 것"이라며 "CEO 만족도 조사 역시 비조합원들을 제외하고 실시한 것으로 연임 반대 의견을 낸 직원은 전체 임직원 3050명의 약 30%에 불과해 조사결과가 전체 임직원들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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