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직원들이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회사의 내부통제가 너무 허술하다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아모레가 이번 사건을 조용히 끝내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지는 모양새다. 횡령사건이 ESG 경영 평가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에서 아모레가 그동안 적극 홍보해온 ESG 역시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 급락으로 애먼 주주들이 피해를 본 상황에서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공식 입장을 밝혀야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자체 감사를 통해 영업 직원 3명이 거래처에 상품을 공급하고 받은 대금을 빼돌리는 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하고 이들을 징계 조치했다. 횡령액은 30억 원대로 알려졌으나 회사는 횡령액 규모나 징계 수위는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2215억원 횡령, 우리은행 614억원 횡령에 이어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시장에선 상장까지 한 회사들이 도대체 어떻게 운영되고 있기에 횡령사건이 이토록 쉽게 일어나고 있는냐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상장사는 투명한 재무회계와 내부통제가 기본이라는 점에서 '한 도둑 열사람이 잡기 힘들다'는 항변도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아모레퍼시픽은 횡령 사실을 곧바로 공시하지 않고 경찰에도 신고하지 않은 채 내부적으로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횡령액 대부분을 회수했고 횡령규모가 공시 의무에 해당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아모레가 이번 사건을 일부러 ‘쉬쉬’하려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주주들은 주가급락 된서리를 맞았다. 횡령 소식이 전해진 지난 17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장중 4%대 급락했다가 전일대비 5000원(-3.09%) 떨어진 15만7000원에 마감했다. 아모레G 역시 전일대비 950원(-2.12%) 떨어진 4만38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역시 두 기업 모두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최급 증시 급락으로 안그래도 한숨이 길어진 상황에서 횡령이라는 뜻밖의 악재에 주주들이 뒤통수를 맞은 격이됐다. 특히 코스피가 이틀째 반등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아모레 주주들의 속은 더욱 쓰리다.
더욱이 아모레는 최근 부진한 실적으로 주주들의 실망감이 커지던 상황이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1분기 영업이익은 171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4% 감소했다.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1조2628억원, 132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9%, 25.2% 감소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해외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1%, 19.5% 감소했다. 중국 상하이 봉쇄에 따른 공장 일시 중단 등이 영향을 미쳤다.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약 70%에 달한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이후 시장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높은 중국 시장 의존도가 지속되면서 실적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아모레는 향후 관련자를 경찰에 고소하고 사건 재발에 대한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주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현재 인터넷 포털 아모레 관련 종목 게시판에는 이번 횡령 사건과 비판 의견이 속속 게재되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혹시 거래정지라도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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