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커피에서 짠맛이 느껴질까?’ 지난 26일 세 가지 커피를 가지고 테이스팅을 했지만 모두 짠맛(Salty)을 느껴 깊은 좌절감을 느꼈다.
먼저 #3 커피를 분쇄해 핸드드립으로 물을 부었을 때 Fruits(과일향)와 향신료(Spices), 굽는(Roasted) 아로마를 느꼈다. 테이스팅을 하니 짜고(Salty) 자몽(Grapefruit)과 꿀맛(Honey)이 났다. 허브맛(Herb-Like)도 강했다. #2와 #1 커피에서도 잇달아 짠맛을 느껴 첫 번째 테이스팅은 실패한 느낌이었다.
테이스팅을 하면서 짠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원인을 찾아야 했다. 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회장은 “짠맛을 느끼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한번 연구해 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과소추출 등이 원인이 된다고 설명해 놓고 있었다.
30일 두 번째 테이스팅에 들어갔다. 먼저 #3 커피. Aroma 6, Froral 6, Fruit 6, Nutty 6, Toast 6, Acidity 7, Body 6, Sweetness 5로 평가했다. 총평(Overall)은 라임(Lime)과 초콜릿(Chocolate), 올리브오일(Olive Oil)로 적고, 이 커피를 대표하는 색깔(Color)은 라임색인 노란색과 녹색(Yellow+Green)을 꼽았다.
커피를 마시면서 비온 뒤 치톤피드가 만발하는 제주 비자림 숲속에서 상큼한 감귤류(Citrus Fruit)를 먹는 상쾌함과 동시에 약간의 Green도 느꼈다.
#2 커피의 평가지 점수는 #3과 비슷했다. 그러나 총평(Overall)은 레몬(Lemon), 뻥튀기 같은 볶거나 튀긴 곡식류(Grain), 배(Pear), 자스민(Jasmine). 홍차(Black Tea)라 썼다. 색깔은 노란색(Yellow)이 연상됐다.
커피를 마시면서 바람 불고 흐려 약간의 추위를 느끼는 날,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마시면서 느끼는 여유가 연상됐고, 신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단맛도 신맛을 해칠 정도로 깊지 않아 조화를 이룬다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1 커피도 평가지 점수가 비슷했지만 희한하게도 신맛(Acidity)을 느끼는데 다크 초콜릿의 단맛도 깊게 느껴졌다. 총평(Overall)을 Dark Chocolate과 레몬(Lemon), 꿀(Honey), 아몬드(Almond), 장미(Rose)라고 쓰고 색깔(Color)을 오렌지(Orange)라고 적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나른하고 지친 오후, 레몬의 상큼한 맛이 온몸에 퍼지면서 활력을 찾는 기쁨. 다크 초콜릿과 허니의 단맛도 느낄 수 있는 상큼하고 발랄한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스트가 끝난 뒤 3가지 커피의 목록을 살펴봤다. 놀랍게도 케냐 니예리(Nyeri) 기칸다농장(Gikanda)의 기차싸이니(Gichathaini) 한 품종이었다. 단일 품종이지만 맛이 다르게 느낀 것은 로스팅 조건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세 커피 모두 배치사이즈는 1㎏, 하스가란티 2.5㎏ 로스터를 사용해 로스팅했다.
#1 커피 슬로우(Slow)로스팅 ▲투입온도 165℃ ▲초기 가스압력 1.0kp ▲로스팅 시간 11분50초.
#2번 커피 패스트(Fast)로스팅 ▲투입온도 180℃도 ▲초기 가스압력 1.2kp ▲로스팅 시간 8분50초.
#3 커피 속(Soak)로스팅 ▲투입온도 190℃ ▲초기 가스압력 1.2kp ▲투입 후 1분간 가스 끔(off) ▲로스팅 시간 9분10초.
로스팅 조건을 보면 왜 1번 커피에서 다크 초콜릿 맛을 느꼈는지 알 수 있다. 이 커피는 생두 속까지 모두 다 익게 함으로써 생두의 날카로운 부분을 모두 부드럽게 만들었지만 향기 성분은 손해를 본 경우다. 따라서 향보다는 맛, 그리고 생동감보다는 묵직함이 부각되는 커피로 섬세함은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 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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