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엘살바도르의 자부심 파카마라
2025-03-25

페루는 1887년 영국과 독일에 커피를 수출할 정도로 오랜 기간 커피를 경작했다. 생산량의 90%가 수출될 정도로 커피는 페루의 주요 수출품이며, 페루는 2023년 8억8900만달러의 커피를 수출해 세계 19위 커피 수출국에 올랐다. 미국 농림부(USDA)는 2024/25 커피시즌 페루의 커피 생산량이 전년보다 7% 증가해 60kg짜리 자루 422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할 정도로 페루는 커피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하지만 페루 커피는 아직 우리에게 낯설다. 이는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커피가 브라질과 베트남,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으로 특정 국가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페루 커피가 수입된다고 해도 블렌딩(Blending) 커피로 수입되어 맛 볼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페루의 최대 커피 수출국은 미국과 독일, 벨기에 등이다.
올해 수확한(New crop) 페루 커피를 테이스팅했다. 페루 커피가 우리에게 귀하듯 어디 지역에서 재배했는지, 어떤 품종인지도 모른 채로 세 번의 테이스팅을 했다.
첫 번째는 로스팅된 원두로 진행됐다. 핸드밀로 분쇄하자 향신료(Spices)와 밤꽃향이 올라 왔다. 핸드드립 후 첫 모금을 마시자 자몽정도의 산미가 느껴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초콜릿과 밤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전체적으로 ‘마일드(Mild)한 커피’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디는 미디엄(Midium) 마이너스.
두 번째는 홈로스터인 팻보이로 로스팅한 뒤 테이스팅을 진행했다. 100g의 생두를 팻보이에 넣고 로스팅한 지 1분이 지나자 약간 매운맛과 함께 그린(Green), 지푸라기 향이 올라왔다. 3분이 지나면서 곡물을 볶을 때 나는 그레인(Grain)과 너티(Nutty)향이 느껴졌고, 5분 후에는 고구마를 굽는 듯한 냄새와 색깔이 시나몬(Cinnamon)으로 바뀌었다. 7분20초가 지나면서 고구마 굽는 냄새가 나면서 생두 색깔이 밤색(Brown)으로 점차 바뀌었다. 8분35초에 팝핑(Popping)이 일었고, 9분35초에 쿨링(Cooling) 버튼을 눌러 4분 후에 멈췄다. 로스팅을 마친 후 원두 색깔을 보니 밤색과 옅은 밤색이 섞여 있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DTR 10.43%, 원두 86g.
두 번째 테이스팅에서도 첫 번째 테이스팅과 마찬가지로 단조로운 느낌이 나면서 ‘약간 싱겁다(Bland)’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커피를 주며 평가를 부탁했다. 아들도 “강하지 않은 산미가 이어지면서 마일드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도 팻보이로 로스팅한 뒤 테이스팅했다. 세 번째 로스팅은 팝핑이 8분59초에 일어났고, 10분24초에 쿨링 버튼은 눌렀다. DTR 13.62%, 원두 85g.
분쇄 후 땅콩의 고소함과 꽃향이 퍼졌고, 테이스팅에서는 과자 맛을 느꼈지만 웨하스(Wafer)정도로 약했고, 산미와 함께 약간 쓴맛도 느껴졌다. 커피가 식으면서 말린 자두(Prune) 맛이 감돌았다.
테이스팅을 마치고 산지 정보를 봤다. 재배지는 페루 남부 쿠스코(Cuzco) 지역 해발 1800m의 퀼라밤바(Quillabamba), 품종은 카투라(Caturra)와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등 3개가 섞여 있었다. 가공법은 워시드(washed).
산지 정보를 보고서야 팻보이 로스팅 후 원두 색깔이 차이가 난 이유를 알게 됐다. 로스팅할 때 같은 열량을 투입해도 밀도가 다른 3가지 다른 품종이 섞이면서 어는 것은 조금 더 볶이고, 어느 것은 덜 볶였기 때문이다.

페루 퀼라밤바 워시드의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7, Floral 7, Fruit 7, Sour 1, Nutty 8, Toast 8,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7, Texture 7, Flavor 7,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
페루 퀼라밤바는 봄처녀처럼 수줍음을 간직한 커피다. 화려하지도 강렬하지도 않지만 은근히 향미를 뿜어내는 커피다. 마치 복숭아처럼. 그래서 커피를 마시면서 화사한 분홍색(Pink)이 연상됐다.
박영순 회장은 “페루 커피가 10년 전쯤 국내에 공정무역 또는 유기농커피로 소개됐을 때 맛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시들해졌다”면서 “하지만 최근 페루에서 스페셜티 커피 생산으로 맛이 크게 개선됐고,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건강한 커피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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