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온두라스의 자랑 파라이네마와 렘피라

파라이네마 장미향에 시트러스 , 과일 향미
렘피라 캐러멜, 자몽, 메이플 시럽 등 느껴
온두라스커피연구소 보급 후 유럽 등 수출 
신진호 기자 2024-10-09 20:59:33

호세 프라스코 쿠에야(José Fracisco Cuellar) 예루살렘(Finca Jerusalen) 농장주(왼쪽)와 브레츠트냐 알바렝가(Breztnya Alvarenga) 마드레 린다(Finca Madre Linda) 농장의 생산 매니저가 7일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열린 온두라스 커피 테이스팅에 참여해 향미를 평가하고 있다. 

온두라스 커피 테이스팅이 7일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열렸다.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과 커피비평가협회(CCA)가 주관한 이번 테이스팅은 시흥시 은계호수공원에서 열린 ‘제2회 경기도 세계 커피콩 축제’에 참여한 마드레 린다(Finca Madre Linda) 농장과 예루살렘 농장(Finca Jerusalen)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한반도 절반 크기(11만2492㎢)인 온두라스는 8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악국가다. 수출품 가운데 커피와 바나나가 5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1차 산업이 주류를 이룬다. 커피 산지는 18개 주(洲) 가운데 엘 파라이소(El Paraiso), 아갈타(Agalta), 코판(Copan), 산타 바바라(Santa Bárbara), 산타 로사(Santa Rosa), 렘피라(Lempira) 등 15개 주에서 생산된다. 

먼저 마드레 농장의 파라이네마(Parainema) 워시드(Washed)를 테이스팅했다. 한 모금 마시기 위해 커피 잔에 입에 대자 짙은 너티(Nutty)향의 아로마가 피어올랐다. 향미(Flavor)는 베리(Berry)와 말린 자두(Prune), 다크 초콜릿으로 느껴졌고, 산미는 자몽(Grapefruit)정도였다. 로스팅을 조금 세게 했는지 바디감이 미디엄(Medium)+로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온두라스 파라이네마(Parainema)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이어서 예루살렘 농장의 파라이네마 워시드를 테이스팅했다. 아로마를 맡기 위해 커피 잔에 코를 대자 너티와 장미(Rose) 등의 향이 피어올랐다. 상큼한 오렌지를 먹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시트러스(Citrus)가 길게 이어져 경쾌했다. 초콜릿과 레드 와인 등 다양한 향미도 느껴졌다. 여운(Aftertaste) 또한 길어 과즙이 많은 과일을 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디는 미디엄.

첫 번째 테이스팅한 것과 같은 품종인데, 농장에 따라 아로마와 향미가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온두라스 렘피라(Lempira) 생두(왼쪽)와 로스팅한 원두.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마지막으로 예루살렘 농장의 렘피라(Lempira) 워시드. 아로마는 너티와 캐러멜, 향미는 시리얼(Cereal)과 메이플 시럽(Maple syrup), 자몽이 느껴졌고 약간 허브(Herb-like)향도 났다. 바디는 미디엄-.

파라이네마와 렘피라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온두라스 커피 농가에서 생산을 많이 하는 대표 품종이다. 두 품종 모두 온두라스커피연구소(ICHAFE)에서 개발되어 농가에 보급됐다. 

파라이네마는 비야 사르치(Villa Sarchi)와 티모르 하이브리드(Timor Hybrid) 교배종인 사르치모르(Sarchimor)의 하위 변종이며, 생산성이 높으면서 커피잎녹병(coffee leaf rust)과 커피베리병(coffee berry disease), 선충(nematode)에 저항력이 있다.

렘피라는 티모르 하이브리드 832/1과 카투라(Catura)의 교배종인데 생산성은 높지만 커피잎녹병 등 병충해에 약하다.

온두라스 화폐 1렘피라(Lenpira). 지폐 인물이 1537년 스페인의 식민 통치에 저항하다 처형당한 렝카족(Lencas) 전사이며 족장인 렘피라. 온두라스는 그를 기리기 위해 1931년 화폐 단위를 페소에서 렘피라로 변경했다.


렘피라는 사실 온두라스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렝카족(Lencas)의 전사(Warrior)이며 족장인 렘피라는 1537년 스페인 식민 통치에 저항하다 처형됐다. 온두라스는 그를 기리기 위해 1931년 화폐 단위를 페소에서 렘피라로 변경한데 이어 1943년 그라시아스(Gracias) 주를 렘피라 주로 변경했다. 커피 품종도 렘피라로 붙일정도로 온두라스 국민의 렘피라에 대한 사랑은 깊다.   

예루살렘 농장주인 호세 프라스코 쿠에야(José Fracisco Cuellar)는 온두라스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온두라스는 아리비카(Arabica)만 심을 정도로 커피에 열성인 나라”라며 “우리 농장은 1869년에 설립되어 4대째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산타 바라라에 위치한 예루살렘 농장은 120헥타에 이르는데, 커피나무를 토종 열대 나무(native tropical trees)와 감귤 나무(citrus trees), 바나나 나무 사이에 심고,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다. 농장에서 재배하는 대표적인 품종은 게샤(게이샤)와 파라이네마, 렘피라, 이차페(ICHAFE) 90, 카투아이이며,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는 모두 유럽과 미국, 중국 등지로 수출된다. 

세사르 파디야 다비드(César Padilla David) 주한 온두라스대사관 무역·경제참사관이 7일 서울 노원구 화랑로에 위치한 ‘기차가 있는 풍경’에서 열린 온두라스 커피 테이스팅에서 온두라스 커피 산업 대해 설명하고 있다. 

쿠에야 농장주는 “10년 전부터 키우는 파라이네마는 온두라스 커피 대회(Honduras Cup of Excellence)에서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지난 5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커피 대회에서 게샤를 누루고 1위에 오를 정도로 향미가 뛰어나다”며 “온두라스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세계 최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브레츠트냐 알바렝가(Breztnya Alvarenga) 생산 매니저(Gerente de producción)는 “산타 바바라 열대우림과 산악지대에 위치한 마드레 린다 농장은 면적이 150헥타에 이르는데, 100헥타는 원숭이와 사슴 등의 서식지가 있는 보호림이며 벌채를 하지 않고 유기농법으로 커피 농사를 짓고 있다”며 “엄선된 아라비카만을 재배하고 있고 생산되는 커피는 아로마와 향미가 부드럽고 바디가 좋으며, 전체적으로 균형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그는 “우리 농장은 직원 80%가 여성”이라며 커피 농사에서 그간 소외됐던 여성의 역학을 강조했다. 그래서 이곳 농장 이름이 ‘린다 엄마(Madr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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