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K-커피 어워드’ 레드카펫 오른 시드라

넌워시드 (Non-Washed) 상위 휩쓸어
재스민·허니·레드와인 등 향미 뛰어나
신진호 기자 2024-09-22 08:32:11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 Summer&Fall Season) ‘K-커피 어워드’ 넌워시드 (Non-Washed) 부문에서 시드라(Sidra)가 상위권을 휩쓸면서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2024 경기도 세계커피콩축제’의 부대행사로 열리는 세계커피대회(WCC, Summer&Fall Season) ‘K-커피 어워드’ 넌워시드 (Non-Washed) 부문의 주인공은 시드라(Sidra)다. 시드라는 게샤(Gesha)와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을 누르고 상위권을 휩쓸며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시드라는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에서 사과로 만든 발효 음료인 사이다(Cider)를 뜻한다. 그만큼 새콤달콤함이 커피에서도 묻어나기 때문이다. 시드라는 레드 버번(Red Bourbon)과 티피카(Typica)를 교배해 만든 하이브리드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부는 에티오피아 재래종(Heirloom)과 유전적으로 닮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주로 중남미에서 재배하는데, 이번에 수상한 커피 또한 에콰도르와 콜롬비아산이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끝난 뒤 1등부터 5등까지 테이스팅을 해봤다. 테이스팅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10g씩 미뇽(Mignon) 싱글도즈(Single Dose)에 갈아 추출한 뒤 다섯 잔을 동시에 놓고 평가했다. 

1위에 오른 에콰도르 얌바미네(Yamvamine·황금의 땅) 농장의 시드라는 홀빈(Whole Bean) 상태에서도 화려한 꽃(Floral)과 풍성한 과일(Fruits) 향이 올라왔다. 시드라를 분쇄하자 빵 굽는 냄새가 식욕을 자극할 정도로 풍부했고, 꽃 향중에서도 재스민의 향기가 강하게 후각을 자극했다. 

핸드드립 후 한 모금 마시자 아카시아 꿀 향이 잔잔하게 퍼지더니 이내 입안 가득 풍성해졌다. 이어 오렌지와 레드와인, 다크 초콜릿,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의 향미가 느껴졌다. 바디(Body)는 미디엄(Midium)+. 

3위에 오른 에콰도르 초로라(Chorora·우물) 농장의 시드라 역시 홀빈 상태에서도 과일향이 ‘확’하고 올라왔다. 분쇄하자 레드 와인과 재스민의 아로마가 느껴졌고, 핸드드립 후 마시자 딸기로 만든 사탕을 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단맛(Sweet)이 좋았다. 하지만 다소 거친 레드 와인을 마시는 듯해 얌바미네 시드라에 미치지 못했다. 바디는 미디엄+.

에콰도르 얌바미네 농장의 시드라 생두와 로스팅한 원두.

얌바미네 농장과 초로라 농장 시드라는 와인처럼 두 번의 무산소 발효(Double Anaerobic)를 거쳐 만든다. 농장은 에콰도르 로하(Loja) 소조랑가(Sozoranga)에 있는데, 언니인 다이애나 벨레즈(Diana Velez)가 얌바미네를, 동생인 올린카 벨레즈(Olinka Velez)가 초로라를 경영하고 있다. 벨레즈 자매의 커피는 2019년 에콰도르 커피 골든컵(Taza Dorada) 대회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2024 ‘K-커피 어워드’에서 이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4위는 콜롬비아 자카틴(Zacatin) 농장 시드라가 올랐다. 분쇄하자 스파이스(Spices)와 시리얼(Cereal), 장미(Rose) 향이 퍼졌다. 핸드드립 후 찻잔에 담아 마시자 메이플 시럽과 초콜릿, 꽃, 과일 향미가 났지만 ‘약간 속이 비어 있는 맛’이라는 생각과 함께 웨하스(Wafer) 과자가 떠올랐다. 바디는 미디엄.

안티오키아(Antioquia) 콘코르디아(Concordia)에 위치한 자카틴 농장은 주로 게샤와 SL-28 등 스페셜티 품종을 심고, 가공법은 허니(Honey)와 내추럴(Natural) 프로세스 위주로 한다. 

2024 세계커피대회(WCC, Summer&Fall Season) ‘K-커피 어워드’ 심사위원들이 넌워시드 (Non-Washed) 부문 출품 원두를 테이스팅하면서 평가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시드라(Sidra)가 게샤(Gesha)와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을 제치고 1위에 이어 3위와 4위에 오르면서 새로운 강자로 등극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CCA) 제공

2위에 오른 콜롬비아 푸에르토 아르투로(Puerto Arturo) 농장의 게샤는 홀빈 상태에서 번(Bun)을 구을 때 느껴지는 버터와 초콜릿의 향긋함, 재스민의 아로마가 풍성하게 올라왔다. 핸드드립후 한 모금 마시자 자두를 먹는 듯 새콤함과 함께 허니의 향미도 느꼈다. 산미는 그리 높지 않은 자몽, 바디는 미디엄 정도였다.

5위에 오른 카메룬 벨로-아차(Belo-Acha)의 블루 마운틴(Blue Mountain)의 향미는 허브 느낌(Herb-like)이 나면서 견과류(Nutty) 맛이 느껴졌다. 아로마는 스파이스와 곡물(Grain), 바디는 미디엄.

커피비평가협회(CCA) 박영순 회장은 “원종의 성격을 많이 유지하는 커피 품종일수록 향미의 잠재력이 좋은 것으로 평가를 받는데 시드라와 게샤(게이샤), 비야 사르치(Villa Sarchi) 등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며 “이들 품종은 병충해에 약하고 수확률이 높지 않아 재배자에게는 까다롭게 굴지만, 맛이 좋아 커피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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