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식 쪼개기 상장’, ‘상장 먹튀’, ‘개미 지옥’, ‘골목상권 침해’ 등 각종 논란에 휘말려온 카카오가 경영체제에 변화를 주면서 사회적 책임 강화와 기업 가치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같은 변화를 이끌 신임 대표가 과거 직원 폭언?폭행으로 징계를 받았던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새출발 처음부터 스텝이 꼬였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현재 대표 두 명이 모두 김범수 창업자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기면 오너일가가 전면에서 물러나고 측근을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재벌가의 구태와 닮은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홍은택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을 회사 각자대표로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카카오는 기존 남궁훈 대표 단독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 남궁 대표가 단독 대표가 된 지 불과 3개월여만으로 그만큼 위기의식이 크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그동안 공동체얼라인먼트 공동 센터장과 카카오 사내이사를 맡아 ESG 경영을 총괄해왔으며, 앞으로도 센터장과 재단 이사장직을 겸직하면서 ESG 경영 강화와 지속가능성장 전략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세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홍 대표의 ‘구원투수’ 등판으로 각종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상생과 혁신이 조화를 이루는 카카오만의 경영이 바로설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직원 폭언?폭행 이력이 있는 인물이 ESG경영을 주도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MBC 보도에 따르면 홍 대표는 지난 2016년 한 직원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었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사용자와 근로자의 관계는 노동을 근거로한 계약관계로 ‘주인과 종’ 같은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징계는 감봉에 그쳤다. 당시 카카오 측이 밝힌 징계 사유는 “홍은택 씨를 인사조치하는 게 회사를 위해 좋은 일인가 확신이 들지 않아, 직책을 유지한다"였다고 한다. 해당 직원은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당시 사건 장소가 많은 직원들이 보는 카카오 사옥 1층 로비 한복판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길래 이런 행동이 가능했는냐는 물음표가 나온다.
이런 인물이 승승장구하면서 카카오 대표이사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하면 제대로 된 반성없이 오너일가가 뒤로 물러나고 ‘회전문’ 방식으로 최측근을 내세워 위기를 모면하는 과거 재벌가의 구태를 보는 것 같다”며 “카카오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볼 때 철저하게 도덕성이 검증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조직과 기업철학을 재정비하는 것이 국민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은택 각자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가 그간 만들어왔던 혁신과 가치를 바탕으로, 우리가 가진 기술과 서비스를 이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아갈 것” 이라며 “카카오가 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고 비즈니스도 지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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