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생두를 로스팅을 하는 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해콩(New Crop)이냐 묵은 콩이냐에 따라 다르고, 커피 생두의 밀도 등에 따라 로스팅 조건이 달라진다.
이번에 로스팅과 테이스팅을 하면서 만난 파푸아 뉴기니 고고무(Papua New Guinea Gogomu Washed, 이하 PNG)가 이런 경우다.
첫 번째 로스팅을 마쳤을 때 매우 당혹스러웠다. 보통 ‘제네 카페’ 로스터를 이용해 로스팅을 할 때 12분을 맞추면 거의 모든 커피 생두는 제대로 1차 팝업이 이루어지면서 로스팅이 된다. 하지만 PNG는 이 범위를 벗어났다. 12분 후 나온 커피는 팝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크기가 작았다.
두 번째 로스팅은 1분을 더해 13분에 마쳤다. 하지만 로스팅 된 커피는 여는 콩과 달리 겉면이 쭈글쭈글까지 했다. ‘참 희한한 커피 생두를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스팅이 제대로 안 되니 테이스팅을 하면서 점수를 매긴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커피에서 단맛보다는 신맛(Acidity)이 강했고, 심지어 풋내인 짚 냄새(Hay-Like)도 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고민을 했다. 결론은 PNG가 뉴 크롭이라 수확한지 오래된 생두보다 수분 함량이 약간 높고, 해발 1800~2000m의 고산지대에서 천천히 자라 밀도가 높아 졌기 때문이었다.
쌀도 올해 수확한 햅쌀이 맛있듯이 커피 생두도 뉴 크롭이 당연히 맛있다. 게다가 밀도가 높은 생두는 무른 생두에 비해 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해 향미가 우수하다. PNG가 좋은 커피임에도 제대로 로스팅 포인트를 잡지 못했기에 다시 로스팅에 나섰다.
‘제네 카페’ 로스터는 열량을 높일 수 없어 로스팅 시간을 2차보다 약간 긴 13분30초로 잡았다. 로스팅을 마친 커피는 겉면이 여전히 매끄럽지 않았지만 그래도 2차 때보다 로스팅이 잘 된 느낌이 들었다.
안정기를 거쳐 3일이 지나 분쇄 후 드립퍼에 담아 물을 부으니 다크 초콜릿과 아몬드, Nutmeg(육두구) 등의 아로마가 퍼졌다.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7, Floral 6, Fruit 6,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6, Body 6, Texture 7, Flavor 7, Aftertaste 7,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6, Defect None(없음).
총괄평가(Overall)를 Dark Chocolate(다크 초콜릿)와 Almond(아몬드), Black Tea(홍차)라 적고, 색깔은 붉은색(Red)이 떠올랐다.
PNG커피를 마시면서 10 여 년 전 파퓨아 뉴기니로 여행간 추억이 떠올랐다. 숨 막힐 정도로 강렬한 햇볕과 개발이 덜 돼 아스팔트보다 붉은 황토 길이 많은 곳, 어업을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풍족한 해안가 사람들, 먹을 것이 항상 부족해 걍팎하다는 고산지대 사람들…. 커피가 해발 1800m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산출되지만 산(山)사람들의 삶은 아직도 고단하다고 한다.
PNG커피는 식을수록 Strawberry(딸기), Grain(곡물), Honey(꿀) 등 다양한 단맛이 나왔다. 신맛도 오렌지 정도로 경쾌했다.
테이스팅을 마치고 전문가들이 평가한 PNG 특성(Characteristics)을 살펴봤다. Toffee(설탕과 버터, 물을 함께 끓여 만든 사탕), Grapefruit(포도), Chocolate(초콜릿), Dark Cocoa(다크 코코아), Almond(아몬드). 기자의 평가지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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