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호의 커피노트> ‘정숙한 여인’ 콜롬비아 게이샤

복합미 가득한 ‘강한 힘을 가진 아이’ 멕시코 가르니카
신진호 기자 2022-10-18 15:42:41

참 어려운 문제다. 콜롬비아 게이샤(Geisha)와 멕시코 가르니카(Garnica)를 두고 테이스팅을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둘 다 좋은 커피인데 이것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게다가 가르니카는 내추럴(Natural)과 무산소 발효(Anerobic Fermentation)도 구분해야 한다. 그러니 테이스팅을 하는 3일간 가슴에 돌덩이를 올려놓은 것처럼 불편했고 부담감도 심했다.  

이번에 테이스팅을 하는 게이샤는 콜롬비아 안티오키아(Antioquia) 시우다르 볼리바르(Ciudad bolivar) 마을 라 루이사(La Luisa) 농장에서 후안 파블로 베레즈(Juan Pablro Verez)가 생산한 것이며, 가르니카는 베라크루주(Veracuruz) 파티마(Fatima) 농장의 어네스토 페레즈 (Ernesto Perez)가 유기농으로 생산한 것이다. 

가르니카는 멕시코 커피연구소(Instituto Mexicano del Café)에서 1960년 문도 노보(Mudo Novo)와 카투라(Catura)를 교배해 농가에 보급한 품종이다. 가르니카는 베라크루즈에서 커피생산의 5%를 차지할 만큼 흔하지만 멕시코 다른 주에서는 잘 재배하지 않는다고 한다. 문도 노보는 브라질에서 티피카(Typica)와 버번(Bourbon)을 교배한 품종이고,  버번에서 돌연변이한 카투라는 브라질 미나스 게라이스(Minas Gerais) 주(洲)에서 1915~1918년 발견됐다. 

커피 테이스팅은 참 어려운 작업이다. 더욱이 콜롬비아 게이샤(Geisha)와 멕시코 가르니카(Garnica) 등 좋은 품종을 놓고 하는 테이스팅은 '극한 직업'에 가깝다. 사진은 서울 가산동 커피비평가협회 트레이닝센터 모습.   

첫 번째 테이스팅은 지난 16일 진행했다. 먼저 #1 커피의 봉지를 열었다. 며칠간 밀폐된 작은 공간에서 갇혀 있던 아로마(Aroma)가 퍼지며 사무실은 꽃향(Floral)과 견과류(Nutty), 향신료( Spices)향으로 가득 찼다.

브루잉(Brewing) 후 천천히 음미하자 장미(Rose)와 아몬드(Almond), 봉숭아(Peach) 맛이 느껴졌다. 산미(Acidity)는 오렌지(Orange) 정도로 밝고 경쾌한 느낌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로스팅한 지 얼마 되지 않고 밀폐된 공간에 갇혀 있어서인지 커피에서 약간 쓴맛이 났다. 

#2 커피의 아로마는 고소함이 짙어지면 참기름이 연상될 만큼 농밀했다. 커피에서 이렇게 고소한 맛이 날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향이 짙었다. 아로마에서는 또한 향신료( Spices)와 아니스(Anise)도 느껴졌다.

브루잉(Brewing) 후 커피를 마시자 산미(Acidity)가 1번보다 강했다. 처음에  자몽(grapefruit) 맛이 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라임(Lime)으로 변했다. 커피에서 초콜릿(Chocolate)과 아몬드, 꿀(Honey) 맛도 느껴졌다. 

#3 커피의 아로마는 #2와 비슷했다. 향미(Flavor) 또한 비슷해 커피에서 라임과 베리류(Berry), 초콜릿의 맛이 났다. 

첫날 테이스팅에서 게이샤와 가르니카가 구분되는 느낌이었다.

#1 콜롬비아 게이샤(Geisha),  #2 멕시코 베라크루즈(Veracuruz) 가르니카(Garnica) 내추럴(Natural), #3 가르니카 무산소 발효(Anerobic Fermentation).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1 콜롬비아 게이샤(Geisha), #2 멕시코 베라크루즈(Veracuruz) 가르니카(Garnica) 내추럴(Natural), #3 가르니카 무산소 발효(Anerobic Fermentation).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두 번째 테이스팅은 17일 진행했다. 첫 번째보다 가스가 많이 빠져 나가 차분한 느낌이었다. 문제는 가르니카의 내추럴과 무산소 발효 구분이었다. 분명 #2와 #3는 맛에서 차이가 났다. #2 커피가 #3보다 산미가 높고 밝았다. #3 커피가 #2보다 묵직한 느낌이었다. 

세 번째 커피는 18일 점심을 먹고 진행했다. 게이샤와 가르니카는 구분됐으니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에 점수를 기록했다. 

멕시코 베라크루즈(Veracuruz) 파티마(Fatima) 농장에서 농부가 수확한 가르니카(Garnica)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커피비평가협회 제공

#1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9, Froral 9, Fruit 8, Sour 1, Nutty 9, Toast 9, Burnt 1, Earth 1, Acidity 7, Body 8, Texture 8, Flavor 9, Aftertasting 9, Astringency 1, Redual 1, Soft Swallowing 9, Sweetness 8,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없음). 

커피를 마시고 난 뒤 떠오른 색깔(Color)은 핑크(Pink)였다. 커피를 마시면서 정숙하다고 느꼈고, 꽃밭에 있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필리핀 여행 중 어느 호텔에서 본 가면무도회로 이어졌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온 사람들이 마치 다양한 꽃향기를 뿜어내는 꽃으로 오버랩(overlap)됐다. 

#2커피와 #3의 점수 차이는 산미였다. #2는 Acidity 8, #3는 Acidity 7을 부여하고 나머지 항목은 점수를 같게 주었다. 테이스팅 점수는 다음과 같다.
Aroma 8, Floral 8, Fruit 8, Sour 1, Nutty 7,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8, Body 8, Texture 8, Flavor 8, Aftertasting 8, Astringency 1, Residual 1, Soft Swallowing 7, Sweetness 6, Bitterness 1, Balance 7, Defect None(없음). 

커피를 마시고 난 뒤 #2 커피에서는 연두색(Yellow-green)이, #3 커피는 #2보다 약간 묵직하지만 복합미가 좋게 느껴져 빨간색(Red)이 연상됐다. 이런 상큼하고 발랄한 인상은 화창한 5월 피크닉 여행에서 샌드위치 먹는 느낌으로 이어졌다. 

그러면서 #2커피는 #3보다 산미가 강하니 무산소 발효라고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커피 품목을 보니 #2가 내추럴, #3가 무산소 발효 가르니카였다. 다시 두 가지 커피 맛을 보았다. 산미가 훨씬 강하고 경쾌한 것이 내추럴 가르니카, 약간 묵직하면서 탄닌을 느끼는 것이 무산소 발효 가르니카다. 오늘 또다시 깨닫게 되었다. 커피 공부는 끝이 없다고.

비록 가르니카의 내추럴과 무산소 발효를 구분을 하지 못했지만 게이샤와 가르니카의 차이는 확실히 느꼈다. 게이샤는 ‘연약한 여인’, 가르니카는 ‘강한 힘을 가진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진호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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