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만드는 중소제조사들이 경영 악화와 판로 중단, 대외 경기 침체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국내 인기 브랜드와 경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갖춘 베스트셀러를 쿠팡과 함께 런칭해 고객들의 구매가 늘어나자, 위기를 딛고 고용과 투자를 확대하는 중소 제조사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4일 쿠팡에 따르면 PB 상품 ‘곰곰’ 새우·낙지볶음밥 등 상품 23종을 만드는 전북 김제의 중소 제조사 ‘한우물’의 매출은 입점 첫해인 2019년 13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7배 이상 늘어났다. 한우물 류영환 부장은 “중량 대비 가성비가 높은 주요 상품들이 최근 쿠팡에서 매달 12억원씩 팔리고 있는 등 주문량이 계속 늘어 공장 2곳을 신설했으며 직원만 200명을 추가 고용했다”며 “내년에 공장 한 곳을 추가로 완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영농조합법인으로 시작한 한우물은 2009년 냉동볶음밥 전문업체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치열한 냉동밥 경쟁 속 유통 판로가 막히며 매출이 한때 30% 이상 급감했다. 하지만 류 부장은 “쿠팡이 배송과 고객 응대(CS)와 마케팅 등을 맡아주기 때문에 우린 꾸준히 상품 개발과 제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며 “시중에 경쟁 인기 브랜드가 많지만 좋은 상품을 내놓을수록 고객 구매가 늘어나는 쿠팡에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으로 커 나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쿠팡 PB 주방 세제 제품으로 히트치며 동남아, 중국 등 해외에 진출한 제조사도 생겼다. 경기도 안성의 성진켐 매출은 2019년 입점 첫해 3억5000만원에서 3년만에 17배 성장하며 지난해 60억원을 기록했다. 성진켐이 만드는 탐사’ 주방 세제 등은 국내 주요 인기 브랜드와 비교해 좋은 품질에 가격을 70%가량 낮춘 베스트셀러다. 200평 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데 이어 락스제조 공장도 신축할 예정이다.
업소용 세제를 2013년부터 만들어 납품하던 성진켐은 대용량 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오프라인 프랜차이즈 납품 중단으로 매출이 반토막 났다. 성진켐 최난희 부사장은 “이때 쿠팡에서 가정용 제품을 만들자는 제안으로 소용량 제품 생산을 시작했다”며 “쿠팡이 아니었다면 직원을 줄이고 공장 문을 닫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세제와 락스 시장은 국내 대형업체 인기 브랜드들이 많아 경쟁이 만만치 않은데다 중소기업은 자금력이 부족하고 마케팅 능력이 부족해 시장에 발을 내딛기 어려웠지만, 쿠팡과 협업을 통해 고객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해 국내 인기 브랜드 못지 않은 품질로 업그레이드했더니 고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밀키트 전문 제조업체 ‘팜앤들’도 쿠팡 PB를 통해 매출이 2019년 7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59억원으로 7배 이상 성장했다. ‘곰곰’ 전통 순두부찌개, 메밀 막국수 등 시장에 없는 45개 넘는 제품을 개발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밀키트 시장의 급성장으로 인기 브랜드가 속출하는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거둔 성과다. 김정호 팜앤들 대표는 “전국 단위 새벽배송이 가능한 쿠팡의 독보적인 경쟁력과 철저한 품질 점검으로 기술력이 향상됐다”며 “쿠팡에서의 성공으로 판로가 크게 확대됐고 직원도 10명에서 80명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쿠팡이 만드는 PB제품은 전국 30개 지역 100여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 기반의 유통 구조 단순화와 가성비 묶음 상품 확대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 중소 제조사와 동반 성장하는 상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품이 다양하고 같은 품질에 가성비가 높은 쿠팡 PB제품으로 소비자, 중소 제조사가 모두 윈윈하며 소비자 물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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